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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검찰 '누더기' 되는 사이 추미애·윤석열은 '대권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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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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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 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상견례를 위해 7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각각 들어서고 있다. / 사진=과천(경기)=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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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를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일만큼은 제발 없었으면 좋겠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권고한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검찰개혁위)의 개혁안을 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불수용해야 한다"고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라온 김남수 서울중앙지검 검사의 글에 이같은 댓글이 달렸다. 검찰개혁이란 명목 하에 끝나지 않는 '검찰 힘빼기' 작업에 이어 급기야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검사장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폭행 논란까지 빚어진 최근 검찰 조직이 누더기가 되고 있다는 개탄의 목소리다.

검찰 조직에 대한 우려와는 달리 검찰을 책임지고 있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정치의 영역'에 나란히 들어와있다. 정치인 출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취임 이후 줄곧 강성 발언으로 검찰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으며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국 수사' 이후 현 정권과 각을 세우며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가 되는 이례적인 상황을 만들었다.

추 장관과 윤 총장 모두 정치 행보와 상관없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검찰이 추락하는 가운데 두 수장들의 정치적 입지만 강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내부에서 "장관과 총장 둘 다 싫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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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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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검찰개혁 딛고 '대권주자'로…'한동훈 수사' 논란엔 침묵

4일 여론조사 업체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윤 총장은 13.8%로 이낙연 의원(25.6%), 이재명 경기지사(19.6%)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윤 총장의 선호도는 전달보다 3.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날 조사에는 추 장관도 2.1%를 얻어 10위를 기록했다. 추 장관이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10위권 안에 든 것은 처음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추 장관이 청와대와 여권의 '윤석열 때리기'에 깃발을 들고 앞장서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친문(친문재인) 지지자들로부터 지지세를 얻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추 장관은 그동안 검찰 인사, 조직 개편, 감찰 등을 통해 윤 총장의 조직내 영향력을 약화시켜왔다.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개최 '초선의원 혁신 포럼'에서는 윤 총장에 대해 "제 지시의 절반을 잘라 먹고 틀린 지휘를 했다. 장관 말을 들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지휘랍시고 꼬이게 만들었다"고 직접 꾸짖기도 했다.

수사 영역에 대한 개입도 이전 법무부 장관들의 사례에 비춰볼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윤 총장의 최측근 인사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 대해선 유착 관계를 예단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가 하면 수사지휘권을 발휘해 윤 총장의 손발을 묶기도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수사지휘권 발동 사태가 여권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자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추 장관이 향후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검찰 이슈'에 대해 말을 아끼지 않았던 추 장관이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장 수사 논란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는 것도 정치적 유불리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검 지휘를 벗어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전폭 지원했던 추 장관으로선 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져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최근 부동산 이슈와 관련해서도 적극적인 발언을 내놓는 등 '법무부 장관'을 뛰어넘는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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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제공=대검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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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민주주의' 침묵 깬 윤석열…검찰총장 옷 벗고 정치인 옷입나

윤 총장은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 대한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한 이후 극도로 말을 아껴오다 전날 현 정부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윤 총장은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며 ""'진짜 민주주의'를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고 했다. 현 정부를 향한 듯한 작심 발언으로 사실상 검찰총장의 옷을 벗고 정치인의 옷을 입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윤 총장 측에선 "독재나 전체주의 같은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지, 검사가 검사답게 할 일을 해야 한다는 원칙론에서 크게 벗어나는 발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검찰 인사와 한 검사장의 기소 여부 결정 등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윤 총장이 의도적으로 현 정권에 반기를 드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일각에선 윤 총장이 그동안 여권의 압박에도 버텨왔던 임기 완수 의지를 조금씩 내려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윤 총장 측에서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이나 정부로부터 공격받고 궁지에 몰릴 때마다 대선주자 선호 지지율이 급등하는 역설적 상황이 연출되곤 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굽히지 않은데 대해 야권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호응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동시에 검찰 내에선 윤 총장이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이 검찰 조직을 위해 어떤 도움이 되느냐며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윤 총장이 논란을 만들 때마다 법 수호자로서는 지지를 받지만 검찰 이슈에 관해서는 여권이나 추 장관 쪽에 명분을 주게돼 결국 검찰 조직과 그 주변인들이 피해를 입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이다.

한 평검사는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서 대립한 이후에는 협의가 진행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서 "윤 총장의 이번 발언의 후폭풍으로 검찰이 또 어떠한 것을 잃을지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 전했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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