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여의나루] 美 대선과 바람직한 대미정책 방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미국 대선이 90일도 남지 않았다. 2016년 대선에서 백인들의 숨은 지지로 예상 밖의 승리를 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올해 초 미국 상원에서 부결될 때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는 탄탄해 보였다. 그러나 3월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 내에 확산되고 실직자가 급증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지프 바이든의 지지율 격차는 8~15%포인트로 확대됐고,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장점으로 인식되던 경제정책 능력에 대한 평가에서도 바이든 후보보다 부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합주는 고사하고 지난 수십년간 공화당 텃밭이었던 텍사스나 조지아주에서조차도 바이든 후보에게 뒤지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의 지지율 격차를 좁혀서 역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바이든 후보는 70대 후반의 고령이고, 백인 경찰에 의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이 포틀랜드와 시카고 일대에서 폭력사태로 번지면서 다소 역풍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사망자가 15만명을 넘어섰음에도 공개 행사에서 사회적 거리를 무시하고 마스크를 좀처럼 쓰지 않는다. 심지어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과 같은 전문가의 의견은 공개적으로 무시하고 조롱할 뿐만 아니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권장하지 않은 말라리아 치료제를 코로나 치료제라고 우기는 기행에 가까운 행동 등으로 지지율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탄핵 부결을 주도했던 상원 공화당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조차 11월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들이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것을 용인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과 많은 이해관계를 공유한 한국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불투명하다고 해서 섣불리 민주당을 지지할 필요는 없다. 누가 당선되든지 한국 정부가 해서는 안 되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은 분명히 있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10월에 추진할지 모를 북·미 정상회담에 부화뇌동해서는 안된다. 미국에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추진되는 북·미 정상회담은 실질적 성과를 전혀 담보하지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여주기식 대선전략일 뿐이다. 한국이 섣불리 회담에 관여하면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보장받지 못한 채 미국 대선 과정에 영향을 주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러시아 스캔들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미국인들 입장에서 타국 정부가 자국 대선 과정에 영향을 주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현재 전망처럼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면 북·미 회담에 관여한 문재인정부의 대미외교는 가시밭길을 갈 것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미국 대선 후 변화될 통상환경 변화에는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바이든 후보도 중국을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생각은 트럼프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바이든 후보는 당선된다면 취임 초기부터 글로벌 동맹을 주장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나 지난 4년간 협상이 멈춘 범대서양무역투자협정(TTIP)을 활용, 중국을 압박할 것이다. 한국이 글로벌가치사슬과 국제통상질서에서 낙오되는 재앙을 피하고, 일본의 반대를 넘어서 TPP에 가입하려면 미국과 함께 가입하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2019년 발효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이행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며 그간 중단했던 TPP 참여 준비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신남방정책과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모쪼록 정부의 선제적이면서도 바람직한 대미정책을 희망한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