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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니, 가봤나" 아버지 경영철학 잇는 신동빈, 주말마다 현장 찾아 [롯데 오너父子의 현장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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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롯데슈퍼 공덕점에 깜짝 등장
백화점·호텔·공장 등 수시로 방문
코로나 사태 맞은 엄중한 현실 반영
창업주 철학으로 위기 돌파 메시지


파이낸셜뉴스

롯데 신동빈 회장(오른쪽)이 지난 6월 3일 경기 안성 롯데칠성음료 스마트팩토리를 찾아 주스 PET 라인 캡 살균 컨베이어의 코딩 검사기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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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주말마다 현장을 찾는 강행군을 벌이면서 그룹 전체에 전례 없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아 "니, 가봤나"로 대표되는 고 신격호 창업주의 현장경영 정신으로 극복하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4일 "이전에도 종종 현장을 방문했지만 지금처럼 매주 가는 경우는 없었다"며 "어려운 시기를 맞아 '현장에 답이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장이 자주 현장을 찾다보니 임직원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특히 신 회장은 예고 없이 현장을 방문한다. 회장이 어느 곳에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임직원의 긴장은 배가된다.

지난 1일 롯데슈퍼 공덕점에 들른 것 역시 내부에도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다. 신 회장은 이날 강희태 유통BU 부회장과 함께 매장을 찾아 신선한 상품 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직접 제품을 구매했다. 신 회장은 "슈퍼사업부가 김밥, 초밥 등 콜드델리는 잘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과일코너에서는 "샤인머스켓의 신선도가 좋다"며 해당 제품을 샀다.

신 회장은 지난 5월 일본에서 두 달 만에 귀국한 후 수시로 현장방문에 나서고 있다. 같은 달 23일 서울 올림픽로 롯데월드몰,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월드 어드벤처를 점검한 것을 시작으로 6월 3일에는 경기 안성의 롯데칠성음료 스마트팩토리, 같은 달 17일에는 '시그니엘 부산' 개관식에 참석했다. 또 6월 27일에는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을, 7월 24~25일에는 롯데푸드 광주공장, 여수 롯데케미칼 제1공장과 국동 롯데마트를 찾았다. 그 와중에 전남 여수 벨메르바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방문하는 등 경쟁업체의 사업장까지 살피기도 했다.

신 회장이 강행군을 벌이는 것은 그만큼 롯데그룹이 처한 현실이 엄중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롯데그룹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느 기업보다 타격이 크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마트, 백화점 등이 중국에서 철수하며 큰 손실을 봤고 지난해에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인한 타격이 적잖았다. 올 들어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주요 사업인 면세점, 호텔이 직격탄을 맞았다. 백화점, 마트 등 유통사업부문도 고객 감소로 실적이 급감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대거 줄이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전례 없는 위기에 신 회장이 '현장에 답이 있다'는 창업주의 철학으로 위기 돌파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신 명예회장은 생전 계열사 대표들의 보고를 받을 때마다 "니, 가봤나"를 수차례 묻곤 했다. '현장에 직접 가서 상황을 살펴야 제대로 사업을 운영해 나갈 수 있다'는 '현장경영'은 신 명예회장을 대표하는 경영철학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명예회장이 생전에 직접 가봤느냐고 대표들에게 물어보신 데서 보듯 보고만 받는 것과 실제 현장은 다른 만큼 직접 가서 확인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열린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신 회장은 "1998년 IMF(외환위기), 2008년 리먼쇼크(금융위기)는 1~2년 잘 견디면 회복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며 "코로나로 뉴노멀이 된 '70% 경제'에서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존을 위한 경쟁력 확보를 촉구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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