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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트럼프의 '10월 백신' 플랜비는 혈장 예방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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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초국적 제약사들이 미국 정부와 손잡고 코로나19 혈장 예방주사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혈장 예방주사란 코로나19 완치자의 피에 있는 혈장 속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항체를 뽑아내 농축·제제화한 것이다. 지속 효과가 몇 달에 불과해 다른 백신보다 효과가 떨어질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개발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10월까지 백신이 개발되지 않으면 임시방편으로 항체 예방주사를 대안으로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미 제약사 리제네론은 지난달 미 정부와 30만회분 코로나19 항체 제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에 독점 공급하는 조건으로 4억5000만달러를 받았다. 리제네론은 지난달 6일(현지시간)부터 코로나19 관련 항체 두 가지를 섞은 ‘항체 칵테일’에 대한 3상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리제네론사가 특허를 보유한 인간 면역체계를 갖춘 생쥐에서 나온 항체와 코로나19 완치자에게서 나온 항체를 섞은 것이다.

이 외에도 엘리 릴리 앤드 컴퍼니, 아스트라제네카, 암젠,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6개 제약사가 코로나19 항체 제제 생산 사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후발주자인 이들 6개 기업은 서로 항체 생산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으나, 가격 담합에는 나서지 않는 조건으로 미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임상시험에 성공하는 기업에는 미 정부가 대량생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백신 확보에만 80억달러를 쏟아부었는데, 혈장 예방주사 물량까지 선점하고 나선 것이다.

혈장 치료제 혹은 혈장 유래 백신이란 코로나19 완치자의 피에 있는 혈장 속에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중화항체를 뽑아내 치료제나 백신으로 만든 것이다. B형 간염, 파상풍, 수두 등에 흔하게 쓰는 방법으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감염자 치료제로도 쓸 수 있고, 묽게 만들어서 건강한 사람에게 백신으로도 쓸 수 있다. 코로나19 완치자들에게 혈장을 기증받아 투여하면 되기에 다른 백신보다 개발하기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이 때문에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가 10월까지 백신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임시방편용으로 혈장 예방주사를 대안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 특히 백악관 직속 ‘신속개발팀(Operation Warp Speed)’이 혈장 예방주사 지원에 나섰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연내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목표인 이 조직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략 수행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미국적십자본부를 방문해 코로나19 완치자들에게 “가능한 빨리 혈장을 기증하는 자원봉사를 해달라” “우리는 정말 혈장 기증이 필요하다”며 혈장 기부 장려에 나섰다.

문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혈장 예방주사는 지속 효과가 짧으면 두 달, 길어야 6개월 정도로 짧기 때문에 백신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로이터는 3일(현지시간) “이들 항체가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할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약사들이 혈장 예방주사에 대한 특허를 등록해 가격을 비싸게 책정할 가능성도 있다. 일례로 암 치료에 쓰이는 한 혈장 치료제는 미국에서 1년에 10만달러(1억195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약사들은 특허권 등록이 아니더라도 긍정적인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수익을 거두고 있다. 리제네론은 자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혈장 주사를 코로나19에 걸린 원숭이 36마리와 햄스터 50마리에게 투여한 결과 치료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고 이날 로이터가 보도했다. 7월31일 주당 621달러였던 리제네론 주가는 이날 645달러까지 뛰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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