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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사설]‘검사 몸싸움’ 사과는 않고 ‘독재’ 언급한 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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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한 축사가 파장을 낳고 있다. 윤 총장은 이날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이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은 또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서 실현된다”며 “법은 다수결 원리로 제정되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정의롭게 집행돼야 한다”고도 했다. 검사들을 향해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당당히 맞서야 한다”는 말도 했다. 원론적인 말인 듯하지만 발언의 맥락으로 볼 때 현 정부를 에둘러 비판한 것임은 삼척동자도 안다.

이날 윤 총장이 발언한 행사는 신임검사 26명에게 축하와 함께 검사로서의 복무 자세를 당부하는 자리였다. 검찰총장이라면 마땅히 이런 자리에서 검찰의 소명과 시민이 요구하는 검찰개혁 노력에 대해 설명하고 주문해야 한다. 더구나 지금 검찰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윤 총장 자신이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서 측근을 감싼다는 의심을 받아 수사지휘에서 배제된 지 40일 만에 공개 발언에 나선 터였다. 윤 총장 측근과 그를 조사하던 수사팀 부장검사가 영장 집행 중 볼썽사나운 몸싸움을 벌인 게 불과 일주일 전이다. 진정한 검찰의 총수라면 이런 상황에 대한 사과부터 하는 게 옳다. 그런데 윤 총장은 성찰하는 모습도, 대국민 사과의 뜻도 비치지 않았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일언반구 없었다.

윤 총장이 권력형 비리에 당당히 맞서는 검찰상을 강조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치중립을 강조해야 할 윤 총장이 “민주주의의 허울을 쓴 독재”라고 언급한 것은 부적절했다. 윤 총장이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맥락으로 쓰이고, 또 어떤 논란을 불렀는지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독재라는 말과 함께 이를 거론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자의든 타의든 윤 총장은 야권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날 발언으로 윤 총장은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윤 총장은 시민이 검찰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윤 총장이 말한 ‘법의 지배’가 ‘검찰에 의한 지배’라면 그에 동의할 시민은 없다. 윤 총장은 “검사는 오로지 수사로 말한다”는 경구를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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