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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셜록 홈스 - 아서 코넌 도일 [윤중목의 내 인생의 책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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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천국

[경향신문]

경향신문

순진둥이 학생 시절, IQ검사와는 별개로 적성검사란 걸 했겠다. 거기 꼭 ‘장래희망’ 적는 난이 있었고. 커서 뭐 되고 싶냐, 그거 묻는 거 아니었겠나. 아이들이 적어낸 답 가운덴, 호기롭게 ‘대통령’과 ‘장관’도 있었을 테고, 군인 ‘대장’도 있었을 테고. 또한 ‘선생님’이나 회사 ‘사장님’도 있었을 테고. 나는 한번은 ‘탐정’이라 적어 낸 적이 있었다. 탐정이 어때서. 지금껏 연락하며 지내는 친구 중에 ‘광부’라 적은 녀석도 있는데. 광부는 어때서.

하필 왜 탐정을? 그 당시 애들 사이에 폭발적 인기의 홈스, 셜록 홈스에 풍덩 빠졌던 게지. 지금도 그 책들 또렷이 기억난다. 낱권으로 대여섯 개쯤인가, ‘계몽사’에서 시리즈로 나왔고, 표지가 연한 병아리털 색깔이었던. 그게 장편·단편 다 있었는데, 장편의 예로 ‘버스커빌가의 개’ ‘주홍색 연구’ 같은 건 제목만으로도 내겐 호기심 천국이었다.

보통의 머리로는 도저히 따라잡지 못할 마술 같은, 신의 솜씨 같은 추리력은 물론 소파에 몸을 푹 파묻고 깊숙이 파이프를 들이마시며 사색에 빠지는, 때론 나지막이 바이올린을 켜기도 하는, 일상의 인간적인 모습까지, 그저 홈스의 모든 것에 매료됐다. 어린 나로서는, 세계의 위인, 한국의 위인이라 불리는, 교과서 속 박제된 인물들과는 전혀 새롭고 놀라운, 파격적인 인간상의 만남이었다. 소년소녀들이여, 엄숙주의 독서로부터 탈출하라!

참, 북한에도 셜록 홈스 책이 출간돼 있단 사실을 아는가. 북한을 방문한 <생의 한가운데>의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가 추천해서 김일성 주석이 이를 특별교시로 세계명작전집에 포함시켰다 한다. 이름인즉 <샤일록 홈스>. 그러고 보니 왜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 맞냐 틀리냐 여태껏 말이 많건만, 아하, 물어보면 되지 않겠나? 진범이 대체 누구냐고? 천하제일 명탐정 우리들의 홈스씨에게.

윤중목 | 시인·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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