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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디자인 읽기]이집트의 그림 기록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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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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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메르왕의 팔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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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이집트의 왕 나르메르는 하이집트 정복 과정을 그림으로 기록했다. 고고학자들은 이 유물을 ‘나르메르왕의 팔레트’라 부른다. 19세기 말에 발견된 이 유물은 높이 65㎝, 너비는 42㎝ 남짓의 편편한 돌로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과정에서 얼굴 화장을 위한 팔레트로 사용되었을 것이라 추정된다.

우리 시대 이 팔레트의 용도는 역사 기록물이다. 이 때문에 이 유물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팔레트에 새겨진 기록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당시 이집트 사람들은 아이콘화된 그림의 형태로 기록했다. 아이콘은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문자이기에 이집트 유물을 감상하려면 디자인적 상상력이 요구된다. 아이콘 원리는 단순하다. 의미 요소를 간단하게 요약하고, 중요한 것은 크게, 덜 중요한 것은 상대적으로 작게 표현한다. 이집트 사람들도 이 원리를 따랐다. 팔레트에 새겨진 요소들은 이집트 사람들에게 중요한 의미였고 사람의 크기는 신분에 따라 다르게 묘사됐다. 자 그럼 팔레트를 읽어보자.

앞면은 2단으로 구성된다. 상단엔 상이집트의 왕관을 쓴 나르메르왕이 무릎 꿇은 적의 머리를 잡고 곤봉으로 내려치고 있다. 주인공인 왕은 팔레트에서 가장 크게 묘사돼 있다. 왕 옆에 있는 작은 사람은 왕의 보좌관이다. 왕 옆엔 매가 새겨져 있고 그 아래 식물은 파피루스이다. 매는 상이집트의 상징이고, 파피루스는 종이로 활용됐다. 맨 아래쪽 하단 그림은 도망가는 하이집트 사람들이다.

앞면이 승리한 상이집트라면 뒷면은 패배한 하이집트를 표현했다. 상단엔 하이집트 사람들이 행군하고 있고 목이 잘린 사람들이 늘어져 있다. 크기에 따라 신분과 역할을 짐작할 수 있다. 중간엔 사자와 뱀을 합친 듯한 괴물이 서로 교차하고 맨 아래엔 소가 적의 성벽을 들이받으며 한 남자를 밟고 있다. 치열했던 전투 현장을 묘사한 듯싶다. 우리는 간략하게 이집트의 그림 문서를 읽어보았다. 이 형식은 고대 이집트 문명 내내 적용된다. 이렇듯 이미지 중심의 디자인적 상상력은 이집트 문명과 같은 고대 유물을 읽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윤여경 디자인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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