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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슈 대한민국에 떨어진 물폭탄

천안 3년 만에 또 물난리···충남도는 "하천정비 계획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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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수신면 장산리 농경지 쑥대밭

2017년에 이어 3년만에 병천천 또 터져

농민 "준설한다더니 아직도 소식없어"

충남도 "준설 등 하천정비 계획중이었다"

"3년 전 집중호우 때 터진 병천천 둑이 이번에도 또 무너졌습니다. 그 동안 하천 준설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이렇게 큰 피해를 보지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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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 수신면 장산리에서 오이농사를 짓는 이화숙씨가 침수됐던 하우스안의 농작물 가리키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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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폭우가 휩쓸고 간 충남 천안시 수신면 장산리 병천천에서 만난 농민 이화숙(49)씨는 "똑같은 물난리를 또 겪으니 어이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폭우로 불어난 하천물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 이 일대 병천천 둑 3곳이 무너졌다. 폭 30∼50m 넓이로 무너진 둑 사이로 하천물이 덮쳤다. 둑 위의 콘크리트 구조물은 폭격을 맞은 듯 어지럽게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이씨의 하우스 7590㎡(2300여평)는 완전히 물에 잠겼다. 이씨는 “오이 농사를 망쳤다”며 “5000만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것 같다”고 했다.

이씨의 농경지를 포함해 장산리 일대 농경지 100여ha가 이번 폭우로 물에 잠겼다. 이 일대는 천안지역에서 피해가 가장 큰 곳으로 파악됐다. 이 지역은 충남의 대표적 오이·멜론 재배지역이다. 약 130여 농가가 하우스에서 오이와 멜론을 기른다. 또 방울토마토·인삼 등도 주요 작목이다. 장산3리 안이근(60) 이장은 “이달 30일쯤 출하 예정이던 멜론이 침수로 모두 못쓰게 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안씨는 병천천 주변 비닐하우스 20동(9900㎡)에서 멜론을 재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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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 병천천 둑이 무너져 하천물이 농경지로 유입됐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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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는 지붕 꼭대기까지 전날 차오른 물의 높이를 짐작하게 하듯 붉은 황토색을 띠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잎사귀마다 흙탕물을 잔뜩 뒤집어쓴 오이와 멜론이 힘겹게 매달려 있었다. 비닐하우스 17동에서 오이 농사를 짓는 김모 씨는 "한창 수확 중인데 이제는 상품 가치가 없어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년 동안 애써 키운 인삼밭에 토사가 쌓여 하루아침에 못쓰게 된 곳도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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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수신면 장산리 병천천 둑이 터지면서 이 일대 인삼밭 등 농작물이 침수 피해를 봤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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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리 마을은 지난 3일 내린 폭우로 고립되기도 했다. 주민 70여명은 긴급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고무보트를 타고 마을 밖으로 빠져나와 인근 학교 등에서 임시 대피했다. 이날 하루 동안 이 일대에는 92㎜의 비가 내렸다.

이 마을은 2017년에도 집중 호우로 병천천 둑이 터져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장산5리 마을 김영세 이장은 “3년 전 수해가 난 뒤 준설을 포함한 하천 정비를 한다고 하더니 이후 소식이 없었다”며 “수해를 겪은 다음 제때 하천정비만 했어도 이렇게 큰 피해를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남도 관계자는 “병천천은 하천 정비 대상에 포함돼 정비 계획을 수립 중이었다”며 “예산 문제로 여러 하천을 한꺼번에 정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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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후우로 침수피해를 본 충남 천안시 수신면 일대 비닐하우스 주변에서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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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비가 그치자 천안 전 지역에서 복구작업이 이뤄졌다. 천안시는 30개 읍·면·동 별로 우선 주민이 보유한 트랙터나 페이로서 등 중장비를 총동원해 응급 복구에 나섰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마을별로 주민이 보유한 장비를 동원하면 복구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주민 일자리도 생기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며 “요즘 호우가 잦은 만큼 응급이지만 신속 복구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비로 천안에서는 천안천 등 5개 하천이 범람했다. 또 주택 171가구, 상가 14곳이 침수 피해를 봤다. 이 바람에 7개 지역에서 이재민 239명이 발생했다. 이와 함께 도로 60곳이 유실되고 농경지 580ha가 물에 잠기기도 했다. 시는 이재민을 주변 경로당, 초등학교, 임시숙박시설 등에 수용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이재민 수용 시설을 방역했다.

천안=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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