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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유휴부지 탈탈 털어 집값 불 끄려는 정부… '기름 붓는다'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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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공 공급물량 확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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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서울시가 공공 재건축 등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한 4일 신규택지 중 가장 큰 부지인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의 모습. 연합뉴스


4일 부처 합동으로 공개된 정부의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8·4대책)엔 ‘13만2000호+α’ 의 주택을 수도권에 신규 공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공재건축 제도를 도입하고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과 강남구 서울의료원 부지 등 신규부지 발굴 및 확장 등을 통해서다.

◆공공 고밀재건축 5만가구… 서울 스카이라인 바뀐다

이날 정부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을 도입해 5년간 모두 5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공공재건축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공공기관이 참여해 사업을 함께 이끌어가는 새로운 형식의 재건축이다.

용적률과 층수제한 등 도시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을 기존 가구수 보다 2배 이상 공급하고 증가한 용적률의 50∼70%는 기부채납으로 환수하게 된다. 대신 정부는 용적률을 300∼500% 수준으로 완화해주기로 했다. 용적률 500%는 준주거지역 용적률 상한이다.

35층으로 묶인 서울 주택 층수제한도 완화돼 강남 한강변 고밀재건축 단지는 50층까지 건물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곳곳에서 바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서울에서 재건축 안전진단을 받고 사업시행 인가를 받지 않은 곳이 26만호”라며 “인센티브가 있다고 했을 때 이 중 20% 정도 참여한다는 가정하에 5만호 정도 물량이 공급된다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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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확대 테스크포스(TF) 회의결과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뉴스1


정부는 뉴타운 해제 지역에 대해서도 공공재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이를 통해 2만가구 이상 공급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과거 뉴타운 등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가 사업 지연 등으로 해제된 정비구역은 서울에서만 176곳에 달한다. LH와 SH가 공공시행자 참여,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재개발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지원한다.

◆군 골프장, 미군 이전기지, 정부 유휴부지 탈탈 털어 주택공급

아울러 정부는 신규부지 개발을 통해 3만3000가구를 추가할 예정이다. 태릉골프장 개발을 통해 1만가구를 공급하고 용산구 삼각지 인근 미군 ‘캠프킴’ 부지에서도 주택을 3100가구를 건설한다. 이 중에서 태릉골프장 부지에 대한 사전청약은 내년 말쯤으로 예상된다.

또한 과천 정부청사 주변 정부 보유 유휴부지(4000가구),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1000가구)과 국립외교원 유휴부지(600가구) 등도 주택단지로 개발된다. 과천청사 일대, 서울조달청, 국립외교원 등 정부 소유 부지는 최대한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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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국립외교원 일대 모습. 연합뉴스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부지(2000가구)와 영등포구 여의도 등지의 LH·SH 등 공공기관의 미매각 부지에서도 4500가구의 주택이 건설된다. 노후 우체국이나 공공청사 등을 주택과 복합개발하는 방식으로도 6500가구가 공급된다.

하지만 관련 지방자치단체는 정부의 방침과 배치되는 입장을 잇따라 내놓았다. 노원구는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문에서 “노원구는 전체 주택의 80%가 아파트로 이뤄져 우리나라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고 주차난과 교통체증 문제가 심각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긴급 브리핑에서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에서 정부과천청사와 청사 유휴부지 제외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서울 용산 정비창 공급 가구를 8000가구에서 1만가구로 확대하는 등 기존에 조성 계획을 발표한 공공택지의 용적률 상향을 통해 2만40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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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의 용적률을 올려 늘리는 주택이 2만가구, 서울 강남구 서울의료원 주택개발 사업을 확장하고 용산구 용산역 정비창의 고밀화를 통해 추가하는 주택이 각 2000가구 등 4000가구다. 3기 신도시 등의 사전청약 물량도 당초 3만가구로 예정됐으나 이를 다시 6만가구로 2배 늘리기로 했다.

역세권 준주거·상업 지역에서 적용할 수 있는 ‘복합용도 개발 지구 단위계획’을 역세권 주거지역으로도 확대하고 용적률을 최대 700%까지 완화한다. 서울에선 철도역사 주변 300여곳 중 100여 곳의 일반주거지역이 추가로 적용받을 수 있다. 정부는 도심에 다양한 주거공간을 육성하기 위해 각종 도시규제 등이 최소화되는 ‘입지규제 최소구역 제도’도 개선할 방침이다. 노후 공공임대 재정비 시범 사업을 통해서도 3000가구 이상 공급하고, 빈 오피스 등을 개조해 1인가구를 위한 공공임대 2000가구를 확보할 방침이다.

공공분양 중 지분적립형 분양주택도 시범 도입된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란 분양가의 40%가량만 내고 나머지 60%는 20년이나 30년에 걸쳐 분납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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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지 조성서 입주까지 3~5년… 당장 집값 잡기엔 '역부족'

8·4부동산대책은 ‘임대차 3법’ 시행과 부동산 관련 세법 개정 등으로 규제 로드맵을 완성한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라는 마지막 퍼즐을 통해 이 틀을 보완하고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는 포석이다. 특히 이번 대책은 정부가 과거와 달리 강력한 주택공급 시그널을 제시했다는 점이 긍정적이지만, 실제 주택 입주까지 시차가 있어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서울 강남권 등 핵심 입지에서 진행될 공공 재건축 사업 등에 조합이 얼마나 참여하느냐도 공급 총량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용적률·층수 풀고, 공공성 담보안 제시

8·4대책은 신규택지 발굴, 3기 신도시 등 용적률 상향 및 기존사업 고밀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공공성 강화, 규제완화 등을 통한 도심공급 확대, 기존 공공물량 분양 사전청약 확대 등이 주요 골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택공급 확대 과정에서 담보해야 하는 공공성 확보다. 신규택지 중 가장 주목을 받은 서울 노원구 소재 태릉골프장의 경우, 정부는 해당 부지 절반 이상을 주택이 아닌 공원, 도로, 학교 등으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서울지방조달청 등 국가시설의 이전으로 확보되는 국유지와 정부과천청사·국립외교원 유휴부지에 공급되는 주택은 일반이 아닌 청년·신혼부부에게 최대한 공급된다.

용적률과 층수를 각각 최대 500%, 50층으로 높이는 고밀도 재건축 역시 공공성이 확보되어야만 추진할 수 있다. 용적률은 연면적(모든 층의 건축면적 합계)을 대지 면적으로 나눈 값으로, 비율이 높을수록 많은 주택을 지을 수 있다. 재건축 조합원의 수익도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고밀개발로 인해 증가한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하도록 해 용적률 증가에 따른 기대수익률 기준으로 90% 이상을 환수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기부채납 받은 주택은 무주택, 신혼부부·청년 등을 위한 장기공공임대와 공공분양 물량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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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재건축 조합의 적극적인 참여다. 정부가 나름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고 해도 조합이 응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조합의 참여를 유도할 충분한 인센티브를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공공재건축 방식으로 전환하려면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 여건에 따라 공공분양주택에서 시행할 수 있는 지분적립형 분양제도 역시 투기수요 유입 차단 및 시세차익 단기회수 방지를 위한 조치가 추가된다. 정부는 연내에 이 분양제도에 대한 실거주 요건과 전매제한 강화 조치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택지 조성과 주택 공급 시기 단축 필요… 시민단체는 “집값 자극 우려”

신규 택지 조성과 입주 사이의 시차를 최소화하는 것도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이날 발표에 포함된 서울 용산구 미군기지 이전부지 ‘캠프 킴’은 아직 우리 정부로의 반환 일정도 확정되지 않았다. 나머지 택지들도 입주까지는 3∼5년 이상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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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울 용산구 옛 미군기지 캠프킴을 주택단지로 개발하기 위해 올해 중 반환받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4일 공급부지로 선정된 서울 용산구 캠프킴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택지 조성과 주택 공급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공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내년 사전청약 물량을 더욱 확대해 주택 대기 수요자에게 충분한 공급 체감을 미리 안겨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공급 대책이 제대도 작동하지 않으면 최근 시행된 임대차 3법의 실효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식으로 시행된 법 때문에 현재 서울 등지에서는 전세 물건이 씨가 말랐고, 임차인은 주거 불안에 떨고 있다. 업계에서는 임대차 3법의 영향으로 보증금 인상 상한이 풀리는 4년마다 전세 수요가 많은 이른바 ‘핫 마켓’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계단식으로 폭등하는 후폭풍까지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주택공급이 제때, 넉넉히 이뤄져야 하는데 단기 공급대책이 부족한 8·4대책으로는 한계를 지닌다. 이번 대책에서 늘어난 공공·임대주택에 청약하기 위한 무주택자들이 임대차 시장에 머물면서 전·월세 가격의 또 다른 불안 원인이 될 가능성도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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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공급확대TF회의결과 브리핑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새로운 (임대차 3법) 제도 도입과 관련해 일부 혼선을 우려하는 의견도 듣고 있다”며 “정부는 입법 취지가 구현될 수 있도록 빈틈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방안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에서 “지금처럼 집값에 거품이 잔뜩 낀 상황에서, 분양가를 찔끔 낮춘 새 아파트가 시장에 나오더라도 주변 집값을 자극할 뿐”이라며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확대도 투기조장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도 “공급확대 물량 중 분양주택과 공공임대 공급 비율 등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아 자칫 ‘로또 분양’을 양산하고 주변 시세까지 동반 상승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고 강조했다.

나기천·김유나·이강진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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