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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숫자 앞에서 장사 없나… 민주, 176석 앞세워 '땅땅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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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본회의 속전속결 처리

여야 의원 20명 찬반토론 ‘설전’

野 “3분 즉석요리처럼 법안 강행”

“절차상 하자” “세금 폭탄” 주장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가 4일 오후 국회에서 본회의 종료 후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연합뉴스


‘거여 국회’에서 이견과 반대는 허용되지 않았다. 미래통합당은 주택 매매·보유에 징벌적 세금을 매기는 부동산 관련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 후속법 등 쟁점 법안이 일사천리로 통과된 4일 본회의에서 “절차상 하자”와 “세금 폭탄”이라며 불가를 외쳤으나 176석의 힘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의 밀어붙이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부동산 관련 내용 11건 등 법안 18건은 이날 본회의가 개의된 지 2시간여 만에 속전속결로 일방처리됐다. 국민 재산권 침해 등 일부 ‘위헌 논란’이 제기된 쟁점 법안이 무더기로 본회의 문턱을 넘은 것이다.

◆팽팽한 찬반토론…민주 10명 vs 통합당 9명

이날 발언대에는 여야 의원 20명(찬반토론 14명, 5분 자유발언 6명)이 올라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통합당은 ‘부동산 3법’(종합부동산세·소득세·법인세법)을 ‘세금 폭탄’으로 규정하며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전력투구했다. 기획재정부 1차관 출신인 추경호 의원은 “정부는 주택 보유·양도·증여 등 모든 단계의 거래에 세금 폭탄을 안기는 증세를 강행하고 있다”며 “지금은 시장 안정 측면에서 취득세와 양도세 등을 크게 내려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고 세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1세대 1주택자에 대해 종부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세법이 통과되면 집값과 전월세가격이 상승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고통을 안겨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합당은 절차상 문제도 제기했다. 전주혜 의원은 “(민주당이) 소위와 상임위 패싱 등 ‘3분 즉석요리’처럼 법안을 만들었다”며 “이번 국회에서 통과한 임대차 3법과 부동산 세법에 과연 국회가 최선을 다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법안은) 상임위에서 꼼꼼하게 법안을 검토하고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등을 거쳐 다듬어지고 익혀져 완성품 상태로 국민들에게 선보여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성걸 의원은 “민주당은 국회법 58조에 규정된 소위 법안심사를 건너뛴 채 기획재정위에서 부동산 3법을 벼락치기로 처리했다”며 “이 법안들은 절차상 명백하고 중대한 하자로 인해 원천무효”라고 쏘아붙였다. 송석준 의원은 ‘임대차 3법’ 중 하나로 이날 통과된 부동산거래법에 대해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전월세 거래를 일일이 신고받고 가격을 통제하면 오히려 역작용과 함께 부동산 전월세 시장의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박근혜정부 때 월세 천국을 노래한 사람들이 지금은 월세 지옥을 노래한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다른 말을 할 수 있느냐”며 부동산값 폭등이 이명박·박근혜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반격했다. 이번 정책 목표가 ‘세금 거두기’에 있다고 해석될 만한 발언도 나왔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부동산값이 올라도 문제없다. 다만 세금만 열심히 내십시오”라며 “불로소득이 있으면 거기에 따른 개발 이익을 환수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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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본회의장에서 연설하는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 연합뉴스


◆‘저는 임차인’ 윤희숙의 화제 자유발언 인용도 잇따라

통합당 윤희숙 의원이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저는 임차인”이라고 시작한 5분 자유발언이 국민적 호응을 받자 이를 따라하며 민주당 정책을 옹호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저는 임차인”이라며 “결혼 3년차 신혼부부로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서울 은평구의 한 빌라에 신랑과 살고 있다. 내 집 마련을 꿈도 못 꾸는 신혼부부 청년으로서 부동산세법과 임대차 3법 통과를 시작으로 집값 낮추는 국회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신 의원도 “저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70만원 내는 진짜 임차인이다. 저도 월세가 부담스러워 전셋집이 줄어들까 걱정하는 걸 충분히 이해한다”며 “새 제도 도입에는 다소 혼란이 따르기 마련인데 어차피 전세 시대는 가고 (전셋집은) 하나의 옛 추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통합당이 제기한 절차 문제에 대해 “이번 법안은 실거주 1주택자에게는 오히려 세금 혜택이 늘어나는 법”이라며 “모든 주택 소유자들이 세금폭탄을 맞을 것처럼 주장하는 건 명백한 허위선동”이라고 맞섰다. 김 의원은 특히 “종부세와 양도소득세가 중과되는 오늘 세법에 해당하는 보유자는 투기 목적의 다주택자 전체 인구의 1%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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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의원들이 4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본회의 일방적 안건 의결을 규탄하는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속수무책 통합당 ‘명분’ 택했다

미래통합당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관련 법안 강행 처리에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본회의 때와는 달리 ‘단체 퇴장’ 대신 자리를 지키며 표결 버튼을 누르지 않는 방식으로 전략을 변경했다. 일부 지지자의 강경 투쟁 요구와 수적 열세라는 현실론 사이에서 반대토론과 자유발언으로 일종의 ‘명분’을 취한 셈이다.

통합당은 이날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를 열고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시행 여부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필리버스터 대신 반대토론을 통해 법안의 문제를 지적하고 표결에는 불참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초선인 전주혜 의원 등은 “여당의 폭주에 맞설 수 있는 방법으로 필리버스터가 그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밤 12시를 기준으로 임시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점, 범여권 의석이 필리버스터 중단 의결(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가능하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는 게 통합당 설명이다.

통합당은 이번 부동산 관련법 처리 과정에서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한해 재적 의원 전원이 안건 심의를 할 수 있는 전원위원회 구성도 요청하지 않았다.

당 안팎에서는 국회법에서 허용한 야당의 권한조차 행사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본회의에서 전원위원회나 필리버스터를 할 경우 상임위 소위 심사를 거치지 않아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법안에 정당성을 태워 줄 수 있다”며 “오롯이 여당이 처음부터 끝까지 법안 심사와 통과를 밀어붙였고, 그 책임 또한 여당에 있다는 것을 과정에서 남기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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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의원들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 후속 법안에 대해 투표를 하지 않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임대차보호법의 부작용을 조목조목 지적한 윤희숙 의원의 자유연설이 큰 공감을 받으며 유튜브 등에서 널리 화제가 된 것도 통합당의 노선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연설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국민들이 지금의 상황을 굉장히 답답하게 여기면서 그걸 뚜렷한 언어로 표시하고 대변해주는 것을 굉장히 기다렸다는 느낌이 든다”고 답했다. 이어 “(그동안) 그런 역할을 우리(통합당)가 못했다는 것이 굉장히 미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해 “이 정책의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부동산 가격을 일부러 떨어뜨리는 나라가 어디 있나. 부동산 가격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부동산 가진 이들의 자산을 나라가 몰수하겠단 이야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현미·곽은산·이창훈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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