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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레바논 베이루트 대폭발

핵재앙 같은 레바논 베이루트 폭발 “적어도 73명 죽고 4000명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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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4일(현지시간) 암모니아 질산염 저장 창고가 폭발해 검붉은 연기가 치솟는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 상공에 소방 헬리콥터가 날아와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베이루트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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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4일(현지시간) 핵폭탄이 폭발한 것 같은 대규모 폭발 참사가 발생, 적어도 73명이 숨지고 부상자가 4000명을 넘는 것으로 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 나라에서 약 240㎞ 떨어진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에서도 폭발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고 키프로스 매체들이 전했다.

이날 오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큰 폭발이 두 차례 있었다고 레바논 언론 ‘데일리스타’와 AP 통신 등 이 보도했다. 폭발로 항구 주변 상공은 거대한 검은 연기에 뒤덮이고 많은 건물과 차량이 파손됐다. 베이루트 건물들의 유리창이 깨졌으며 놀란 시민들이 비명을 질렀다.

베이루트 항구에서 약 2㎞ 떨어진 지역에 사는 한 시민은 데일리스타에 “내 아파트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말했다. 베이루트에 거주하는 왈리드 아브도(43)는 AP 인터뷰를 통해 “핵폭발과 같았다”고 밝혔다. 지금도 부상자나 건물 등에 매몰된 사람들을 구조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시신 수습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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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이날을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디아브 총리는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이번 재앙에 책임있는 자들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폭발 원인은 일단 어떤 다른 요인에 의해 불꽃이 일었고 2750t의 암모니아 질산염 창고가 6년 동안 방치돼 있었는데 이 창고에 옮겨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그런 위험한 화학물질이 안전하지 않게 저장돼 있었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 나라 안보 책임자인 아바스 이브라힘은 폭발 현장을 방문한 뒤 “당장 조사할 수 없지만 몇 년 전부터 보관된 물질이 있는 것 같다”며 “폭발성이 큰 물질을 압수했다”고 말했다. 현지 NNA통신은 베이루트 항구에 폭발물 창고가 있다고 전했다. 베이루트 항구의 한 근로자는 폭발이 폭죽과 같은 작은 폭발물에서 시작한 뒤 커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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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소방관들이 4일(현지시간) 대형 폭발 참사가 빚어진 베이루트 항구에서 부상한 남성을 구출하고 있다.베이루트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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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관리들은 베이루트의 폭발이 자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스라엘군과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최근 국경 일대에서 총격전을 벌이는 등 긴장이 고조된 상태다.

이번 참사는 유엔 특별재판소의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 사건에 대한 판결을 불과 사흘 앞두고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유엔 특별재판소는 2005년 하리리 전 총리에 대한 암살을 주도한 혐의로 헤즈볼라 대원 4명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친서방 정책을 폈던 하리리 전 총리는 2005년 2월 14일 베이루트의 지중해변 도로를 승용차로 이동하던 중 트럭 폭탄테러로 경호원 등 22명과 함께 사망했다.

이번 참사는 또 경제 위기가 심각한 레바논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나시프 히티 외무장관이 정부의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며 사임했다. 레바논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70%에 이르는 국가부채와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 하락, 높은 실업률 등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왓츠앱 등 메신저 프로그램의 세금 계획에 대한 반발로 반정부 시위가 몇 개월이나 이어졌으며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에 경제 위기가 심화했다.

레바논 정부는 지난 5월부터 국제통화기금(IMF)과 금융 지원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1975∼1990년 내전 등으로 국토가 황폐해졌고 2011년 이후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 레바논은 이슬람 수니파 및 시아파, 기독교계 마론파 등 18개 종파가 얽혀 사는 ‘모자이크 국가‘로 종파 갈등이 여러 정치,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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