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부의 계획은 출발부터 불안하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한 지 몇시간 지나지도 않아 서울시는 주거용 아파트의 경우 현행 35층인 층고 제한을 풀 수 없다고 정부 대책에 찬물을 끼얹었다. 재건축 아파트는 최고 50층까지 올릴 수 있다는 정부안에 배치된다. 제한된 면적에서 용적률을 높여 주택 수를 최대한 뽑아내려면 층고제한 해제는 불가피하다. 서울시는 재건축 조합의 참여가 의문시되는 등 실효성이 낮다는 점을 들어 공공 재건축 방식에도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와 서울시의 충돌이 부각하면서 파문이 커지자 서울시는 정부의 공공 재건축 방안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고,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정부와 서울시간 이견은 없다고 갈등을 봉합했다. 이는 핵심 사안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충분한 협의와 공감 없이 대책을 발표한 게 아니냐는 시장의 의구심을 키웠다. 대책 실행의 주무 기관인 서울시가 반대하면 정부 정책은 공중에 뜨게 된다. 공석인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대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불투명성을 높인다. 5만가구 공공 재건축 계획 자체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서울 시내 정비구역 가운데 사업 시행 허가를 받지 못한 93개 사업장 26만 가구 가운데 20% 정도가 참여하는 경우를 가정했다고 했다. 한마디로 구체성이 결여된 기대치라는 얘기다.
결국 공급 확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책이 실현 가능하다는 점을 눈 앞에 보여줘야 한다. 정부는 신속하게 공공 재건축의 성공 사례를 제시하기 바란다. 관건은 정부가 내민 당근으로 강남 등지의 주택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을 공공 개발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용적률과 층고에서 특혜를 주는 대신 이에 따른 기대수익률의 90%를 환수하겠다고 했는데 10% 이익을 취하겠다고 민간 아파트 조합들이 공공개발에 호응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심 정비사업에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온 서울시가 공공 재건축에 회의적인 까닭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정부가 공공 재건축이라는 '이상'을 실현하려면 재건축·재개발에 참여하는 주택이나 땅 소유자들에게 적정 이익을 보장하는 균형점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업 추진이 여의치 않을 경우엔 굳이 공공 개발에 집착할 게 아니라 일반 재건축을 허용하되 초과이익 환수 제도 등을 통해 특혜에 따른 이익은 최대한 거둬들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재개발·재건축의 고삐가 풀릴 경우 일시적으로 주변 집값이 불안해지고 불로소득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수요가 많은 서울 도심에서 충분한 공급이 지속해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존 아파트의 희소가치가 증대하면서 더 큰 과열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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