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민주당 소속 구청장들마저 “이럴 수는 없는 일”
정부와 서울시 등이 개발제한구역인 노원구 태릉골프장과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 부지 등에 공공주택을 건립하겠다고 4일 발표했다. 이후 해당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사진은 5일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 부지. 뉴시스 |
국토교통부의 ‘8·4 부동산 대책’에 서울시가 반기를 든 것에 이어 주택이 들어설 대상 지역으로 거론된 자치구들도 연달아 강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마포구는 “강남 집값 잡겠다고 마포구민을 희생양 삼는다”며 거세게 비판했고, 노원구 역시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까지 전달했다.
마포구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포함된 상암동 신규택지 개발과 공공기관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계획에 반대한다”며 “해당 계획에서 마포구에 대한 주택 계획은 제외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전날(4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는 상암동 일대에 공공주택 6200호를 짓는 내용이 담겼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신규주택 공급을 늘려야 하는 정부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상암동 유휴부지를 활용하겠다는 것은 마포 도시발전 측면에서 계획된 것이 아니라 마포를 주택공급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무리한 부동산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유 구청장은 “미래 일자리 창출과 지역 발전에 사용해야 할 부지까지 주택으로 개발하는 것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마포구와 단 한 차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강남 집값 잡겠다고 마포구민을 희생양으로 삼는 일방적 발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마포구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상암지역 임대주택 공급에 적극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관내 태릉골프장이 개발 대상지로 포함된 노원구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원구는 이날 “오승록 구청장이 정부의 태릉골프장 개발 계획과 관련해 문 대통령에게 주민 의견을 담은 서한문을 보냈다”고 했다. 오 구청장 역시 민주당 소속이다.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 뉴시스 |
오 구청장은 서한에서 “노원구는 전체 주택의 80%가 아파트로 이뤄져 우리나라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아 주차난, 교통체증 등 문제가 심각하다”며 “충분한 인프라(기반시설) 구축 없이 또 1만 세대 아파트를 건립한다는 정부 발표는 그동안 많은 불편을 묵묵히 감내하며 살아온 노원구민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신규주택의 공급을 늘려야 하는 대통령님의 고민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임대주택 비율 감소, 노원구 주민에 우선 공급, 부지 일부 공원 조성, 교통대책 등을 요청했다.
오 구청장은 “태릉골프장 주택단지가 매우 고밀화되지 않도록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 비율은 30% 이하로 낮추고 나머지는 민간 주도 저밀도·고품격 주거단지로 조성해야 한다”며 “노원구 주민들에게 분양물량의 일정 부분을 우선 공급해 주차 걱정없는 쾌적한 새 아파트에서 살며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또 “부지 50%를 일산 호수공원, 분당 중앙공원처럼 공원으로 조성해 노원구민이 향유할 좋은 기회가 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태릉골프장 주변은 지금도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이라며 “주변 도로망을 획기적으로 신설·확충하는 광역 교통 개선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원구는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에서 태릉골프장까지 지하철 연결, 강남까지 잇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조기착공,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촉진 시행 등을 언급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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