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61907070 0252020080561907070 02 0201001 6.1.17-RELEASE 25 조선일보 0 false true false false 1596592447000 1596615280000

배구연맹·유승민 IOC위원 "스포츠기사 댓글 창 개선해야"

글자크기

"왜 이렇게 욕을"…故고유민, 마지막 인터뷰 공개

"악플로 고통받는 선수 없길"…유족이 공개 요청

25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배구선수 출신 고유민이 악성 댓글(악플)로 인한 고통을 털어놓은 생애 마지막 인터뷰가 공개되면서, 스포츠계에서는 악플을 막기 위해 연예뉴스처럼 스포츠뉴스에서도 댓글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

/유튜브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츠 기사도 댓글 폐지하자" 움직임

고유민이 생전 악플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체육계에서는 선수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악성 댓글에 대응하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4일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 스포츠 기사의 댓글 기능을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선수들이 받은 악플에 대해 연맹 차원에서 대처하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배구연맹 인스타그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KOVO는 "최근 포털사이트 내 연예 기사의 댓글 기능이 폐지된 만큼, 연맹은 선수 인격권 침해 방지를 위해 스포츠 기사의 댓글 기능 개선을 요청했다"며 "일부 소수 악성 댓글이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 이로 인한 선수들의 정서적 고통을 방지하겠다"고 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을 맡고 있는 유승민(38) 대한탁구협회장도 3일 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 폐지를 공개 요청했다.

유 회장은 페이스북에 고유민 선수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연예 뉴스의 댓글 금지와 같이 스포츠 뉴스에서의 댓글 금지법을 발의해줄 것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님들께 요청드린다"고 썼다.

그는 "과거에는 비판도 스포츠인으로서 감내해야 될 부분이었으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고 많은 부분들을 혁신해야 한다는 주문을 받고 있다"며 "외부 영향으로부터 (운동 선수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단순한 충고를 넘어선 인격모독성 비난, 특정인에 대한 근거 없는 여론몰이식 루머 확산 등은 선수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수들과 지도자도 인간이다"라며 "하루하루 선수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되새기며 많은 부분들을 감내하는 선수들을 위해 심각한 악플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부탁드린다"고 했다.

◇"악플 보면 운동도 시합도 싫었다”

유튜브 채널 '스포카도'는 고유민이 스포츠 멘탈 코치에게 심리 상담을 받는 영상을 지난 3일 공개했다. 이 영상은 지난달 12일 경기도 광주의 한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것이다. 고유민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3주쯤 전이다. 제작진은 "악플로 고통받는 선수가 더 이상 없길 바라는 유족의 요청에 따라 영상을 올린다"고 소개했다.

고유민은 지난 1일 경기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자택에 있던 노트북에서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 형태의 메모와 일기장 등이 발견됐다. 그는 2013년 프로배구 무대를 밟아 7시즌을 활약하고 지난 5월 공식 은퇴했다. 주로 레프트로 뛰었던 그는 마지막 시즌 팀 사정상 리베로로 포지션을 바꾸며 부진을 겪었다. 이때 도를 넘은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고유민은 "(원래) 공격형 레프트였는데, 손등 수술하고 발등도 안 좋아지면서 운동 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후배들은 치고 올라오고…"라며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악플로 인한 괴로움도 털어놨다. 고유민은 (선수 시절) "'네가 배구 선수냐' '내가 바로 해도 그것보다 잘하겠다' 그런 악플들을 보면 운동도 하기 싫고, 시합도 나가기 싫었다"고 했다.

고유민은 마지막 시즌을 떠올리며 "나는 리베로 연습을 해본 적이 없다"며 당시 심정을 밝혔다. 그는 "나는 레프트를 14년 동안 했다. 십수년 동안 한 레프트를 하면서도 욕을 먹는데, 왜 내가 노력을 해 보지도 않은 포지션을 맡아서 욕을 먹어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리베로가 아닌데 왜 이렇게 욕을 하는 거지? 그래도 이 정도면 그냥 넘어가줄 수 있는 것도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유튜브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어 "계속 (악플에) 시달리다보니 다음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커져 감독님께 리베로를 못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후배 선수가 대신 리베로로 나갔는데, 게임이 잘 돼서 (그 후배가) 수훈 선수를 받았다"고 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고유민은 "나는 6년 동안 프로생활 하면서 한 번도 못 해 본 수훈 선수를 (후배가) 했다"며 "후배가 잘되는데, 응원해주고 싶다가도 스스로가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고유민은 "기분은 안 좋은데 행복한 척, 이겨서 좋은 척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질투도 하고 마음이 어긋나 있었다. 내가 너무 못 됐었다"며 자책하기도 했다.

◇은퇴 후에도 악플 시달려… “복귀하면 얼마나 욕먹을까 싶었다”

배구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 고유민은 "운동도 시합도 나가기 싫었다. 우리 팀 팬들도 '쟤 때문에 우승 못 할 것 같다'고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다 내가 잘못한 것 같았다"고 했다.

고유민은 은퇴 후에도 악플에 시달렸다고 했다. "어떤 사람이 '돈 떨어졌다고 배구판으로 돌아오려고 하지 마라'고 하더라"며 "다시 복귀하려면 그 이슈 때문에 얼마나 욕먹을까 싶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고유민은 스스로에게 "애쓰고 있다. 운동 그만두고 잘 사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제 그만 애썼으면 좋겠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김은경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