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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코로나에 직업계高 채용도 ‘휘청’…신규 채용 포기·구인 의뢰 취소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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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후 바로 취직하려 마이스터고에 진학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뽑지도 않네요. 보통 고3 이맘때쯤 취업한다는데… 당장 내년에 졸업하면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우리나라 산업 전반을 덮친 코로나19 여파가 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 직업계 고등학교 채용까지 얼어붙게 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직업계 고등학교 졸업자 취업률이 처음 30%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코로나로 기업 경영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대기업·공기업은 고졸 신규 채용을 포기하거나 연기했고, 중견·중소기업에서는 직업계 고등학교에 요청했던 구인 의뢰를 취소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2017년 53.6%였던 직업계고 취업률은 2018년 44.9%로 하락한 데 이어 지난해 34.8%로 더 낮아졌다.

졸업 후 취업을 지원하는 국내 직업계고는 전국 513곳(2019년 기준)으로, 전체 고등학교(2360곳)의 21.7%를 차지한다. 산업계 수요에 직접 연계된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마이스터고와 소질과 적성·능력이 유사한 학생을 대상으로 특정 분야의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전문적인 교육을 하는 특성화고가 여기에 포함된다.

조선비즈

지난 6월 3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 고졸인재 일자리 콘서트’에서 한 학생이 비접촉 채용 면접을 보며 화상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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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직업계고 일선에서는 코로나발(發) 채용 한파를 실감하는 분위기다. 대규모 산업단지가 분포해 있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경우 매년 직업계고 3학년 학생들의 절반 정도가 1학기에 취업을 확정했지만 올해는 10% 수준에 불과하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전인 올해 초 한 선박회사로부터 구인 의뢰를 받았던 부산의 한 특성화고는 이번 달 학생들을 실습을 보낼 예정이었으나 회사 측으로부터 경영난을 이유로 갑작스러운 채용 취소 통보를 받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적 부진으로 추가 채용은커녕 현재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 고용을 유지하기도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 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직업계고에 구인을 의뢰해서 우수한 학생들을 많이 데려갔는데 올해는 너무 힘들어서 당분간 채용이 줄거나 없을 것"이라며 "학교 관계자들도 상황을 아는지라 기업에 올해 채용 일정을 물어보는 것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라고 했다.

기업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인력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등교 일수가 줄고 실습도 온라인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직업계고 학생을 채용하는 이유 중 하나가 많은 실습과 현장 훈련을 통해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전문성이 있다는 것이었는데 온라인 교육으로 바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학생을 직접 만나 평가하던 현장실습과 채용박람회도 거의 열리지 않는 상황이라 더 어렵다"고 했다.

교사들도 이런 우려에 공감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이 지난 5월 온라인 개학한 직업계고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직업계고 온라인 개학 대응 동향 및 주요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재학생의 취업 준비와 지원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 실무역량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현장실습 선도기업 등 취업처 발굴과 기능사 자격 취득 시험일 등이 연기돼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김용랑 동아마이스터고 교장은 "갑작스러운 코로나 사태로 산업 전반이 어려워지면서 채용 인원 자체가 줄다 보니 졸업 후 바로 취업하는 직업계고 학생의 취업률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고3 학생들이 계속 취업준비를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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