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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역대급 폭염’ 온다더니 ‘역대급 장마’… 기상청 예보 계속 빗나가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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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이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보했지만, 최근 남부지역에 이어 중부에서도 폭우가 연일 지속돼 역대 최장 장마기록을 갈아치우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기상청 예보 시스템이 기후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조선비즈

8월 5일 오전 서울 세종로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 길을 걷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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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올해 6~8월 평균기온이 지난해의 섭씨 24.1도보다 0.5~1도 가량 오르고, 폭염 일수는 20~25일로 평년(9.8일)보다 두 배 이상 늘 것으로 예보했다. 그러나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22.5도)은 지난해보다 2도가량 낮았고, 지난달까지 폭염 일수는 4일에 그쳤다.

제주지역은 6월 10일부터 시작된 장마가 지난달 28일까지 지속됐다. 총 49일을 기록해 1998년 최장 장마기간 기록(47일)을 경신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장마가 시작된 중부지방의 경우 이달 12일까지 장맛비가 내리면 역대 최장기록을 깰 전망이다.

강수량 예측도 빗나갔다. 기상청은 올해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보했지만, 지난 6월부터 기록적인 장마가 이어지면서 강수량은 예상치를 크게 넘어섰다. 이달 초까지 집계된 평균 강수량은 중부지방이 494.7mm, 남부지방이 566.5mm, 제주지역이 562.4mm를 각각 기록했다. 평년 같은시기와 비교하면 평균 강수량이 이미 180mm를 초과한 상태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 날씨 예측이 잇따라 빗나간 것은 동시베리아의 이상고온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극과 인접한 동시베리아의 기온이 평년보다 크게 오르면서 얼음이 녹았고, 이때 형성된 찬 공기가 한반도에 내려왔다는 것이다.

한 기상전문가는 "이번 여름철 예보에 북극 근방의 고온현상에 대한 예측이 반영되지 않아 기상청 예측이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기상청의 오보 논란은 올해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태풍 예보가 틀려 여러 항공사들이 손해를 보기도 했다. 지난해 7월 기상청은 태풍 '다나스'가 북상, 제주도에 강풍을 동반한 비가 예상된다고 예보했지만, 당일 항공기 운행이 어려울 정도의 비는 내리지 않았다. 당시 170편이 넘는 항공기들이 운항을 취소, 총 17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6월에는 기상청이 제주지역에 최고 200~300mm의 비가 내린다고 예보했지만, 비가 내리지 않았다. 당시 지역 골프장들은 많은 고객들이 예약을 취소해 손해를 떠안아야 했다.

일각에서는 기상청의 예보 시스템 발전 속도가 최근 급변하는 이상기후 현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상청은 지난 10년간 1000억원을 투입해 ‘한국형수치예보모델(KIM)’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아직 구체적인 국내 예보 데이터를 충분히 축적하지 못해 영국형 모델(UM)과 병행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KIM은 아직도 도입 초기 단계에 해당돼 더 오랜 기간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며 "영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예보 시스템 정확도가 향상되려면 길게는 40~50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심민관 기자(bluedrag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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