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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차이나 모빌리티] 중국 부동산 재벌이 만든 전기차, 테슬라를 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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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재벌 헝다그룹, 전기차 회사로 변신
전기차 브랜드 ‘헝치’ 첫 모델 6종 공개
헝다그룹 창업자 쉬자인은 중국 최고 부호
"3~5년 후 세계 최강 전기차 회사는 헝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사 ‘헝다(恒大·영문명 Evergrande)그룹’이 전기자동차 사업에 뛰어든 후 헝치(恒馳) 브랜드를 단 전기차 6종을 처음 공개했다. 내년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가 세계 전기차 판매 1위 기업인 미국 테슬라를 제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중국 최고 부자로 꼽히는 쉬자인(許家印·Hui Ka Yan·61) 헝다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3~5년 후 헝다가 세계 최대, 세계 최강 전기차 회사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을 장악하면 쉬 회장의 말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비즈

중국 헝다젠캉이 3일 공개한 SUV 전기차 ‘헝치 5’ 이미지. /헝다젠캉



헝다그룹의 자회사 헝다젠캉(Evergrande Health)은 3일 상하이와 광둥성 광저우에서 헝치 전기차 6종을 발표했다. 세단 2종,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3종, 7인승 다목적차량 1종이다. 브랜드명 헝치는 ‘영원히 질주한다’는 뜻이다. 이날 공개된 6개 모델엔 ‘헝치 1’부터 ‘헝치 6’까지 숫자 1~6이 차례대로 붙었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유명 자동차 디자이너 앤더스 워밍, 마이클 로빈슨, 마루야마 공구 등이 헝치 1~6의 디자인에 참여했다. 쉬자인 회장은 지난해 이들을 포함, 전 세계의 이름난 자동차 디자이너들을 모아 동맹체를 만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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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헝다젠캉은 3일 상하이와 광저우에서 전기차 브랜드 ‘헝치’의 6개 모델을 처음 공개했다. /헝다젠캉



이날 6개 모델의 상세 사양이나 가격대, 출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5월 발표대로라면, 내년 초 대량생산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시 헝다젠캉은 상하이 송장과 광저우 난샤에 짓고 있는 생산기지 두 곳을 올 하반기에 완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년 두 곳에서의 연간 예상 생산량은 20만 대 수준이다.

두 곳 외에도 저장성 후저우 등 여러 도시에서 전기차 생산 공장과 연구개발 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해 3월 회사 측은 3년 후 연간 최대 1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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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헝다젠캉이 3일 공개한 전기차 브랜드 ‘헝치’의 6개 모델. /헝다젠캉



헝다젠캉은 이전까진 회사 이름대로 병원·요양원 등 헬스케어 사업을 주로 해왔다.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며 전기차로 눈을 돌렸다. 전기차 시장에 본격 진출한 것은 2018년 6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스마트킹의 지분 45%를 인수하면서다. 스마트킹은 중국 기업가 자웨팅이 미국에서 설립한 전기차 회사 패러데이퓨처의 모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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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자인 중국 헝다그룹 회장이 2019년 2월 광저우 축구클럽에서 말하고 있다. /중국 신화사



헝다젠캉의 무기는 모회사 헝다그룹의 자금력이다. 지난해 초부터 국내외 자동차 회사를 잇따라 인수하며 전기차 사업을 준비했다.

지난해 1월 스웨덴 ‘NEVS’의 지배지분을 9억3000만 달러(약 1조1000억 원)에 사들인 후 같은 해 8월 NEVS 이름을 단 순수 전기차(NEVS 9-3)를 출시했다. 지난해 1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 배터리를 만드는 ‘상하이CENAT뉴에너지’ 지분 58%를 10억6000만 위안에 매입한 후 그해 6월 지분율을 79.8%까지 늘리기도 했다. 지난해 3월엔 5억 위안을 투자해 네덜란드 모터 제조사 ‘이트랙션’ 지분 70%를 매입했다. 지난해 5월엔 영국 모터 회사 ‘프로틴’에도 투자했다. 인수합병과 제휴를 통해 이미 신에너지차 산업 가치사슬 전체를 확보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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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헝다젠캉이 3일 공개한 중대형 세단 전기차 ‘헝치 1’ 이미지. /헝다젠캉



헝다젠캉이 2021년까지 3년간 신에너지차 부문에 투자하는 자금은 450억 위안(약 7조7000억 원)에 달한다. 이미 지난해 200억 위안을 투입했으며 올해 150억 위안, 내년 100억 위안을 쓸 예정이다.

헝다젠캉 이사회는 지난달 27일 헬스케어 회사라기보단 전기차 회사라는 정체성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 회사명을 ‘중국 헝다 NEV 그룹(China Evergrande New Energy Vehicle Group)’으로 바꾸기로 했다. 약칭으론 ‘헝다 오토’라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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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자인 중국 헝다그룹 회장. /동방IC



신사업 투자가 이어지면서 회사 손실 규모는 커졌다. 헝다젠캉의 연간 손실액은 2018년 14억 위안, 2019년 44억 위안(약 7500억 원)으로 늘었다.

헝다젠캉이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면서 전기차에 투자하는 것은 모회사 헝다그룹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쉬자인 회장의 의지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쉬 회장은 대학 졸업 후 10년간 제철소에서 기술자로 일한 후 1996년 광저우에서 헝다를 창업했다. 주로 값이 싼 부동산을 사들여 아파트를 지어 팔며 회사를 키워나갔다. 헝다그룹은 중국 280여 개 도시에서 810건 이상의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헝다그룹은 2009년 10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뒤이어 자회사 헝다젠캉이 2015년 홍콩 증시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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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중국 프로축구팀 ‘광저우 에버그란데 타오바오 FC’ 소속 선수가 헝다그룹의 전기차 브랜드 ‘헝치(恒馳)’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있다. /헝다그룹



쉬 회장은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텐센트 창업자 마화텅 등과 함께 중국 최고 부호로 꼽힌다. 4일 기준 그가 보유한 순자산 가치는 351억 달러(약 41조7000억 원)로, 포브스가 집계하는 전 세계 억만장자 순위 34위에 올랐다.

쉬 회장은 광저우 프로축구팀 ‘광저우 에버그란데 타오바오 FC’에도 투자했다. 지난해 포브스 차이나의 자선활동가 순위에서 기부액 30억1000만 위안(약 5100억 원)으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kn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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