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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ADD에서 사라진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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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무기 개발의 산실인 국방과학연구소(ADD)가 5일 창설 50주년을 맞았다.

1970년 8월 6일 창설된 ADD는 지난 50년 간 KT-1 훈련기, K-2 전차, K-9 자주포, 미사일, 군 위성통신 아나시스-2 등 주요무기 355종을 개발해 군 전력화와 방위산업 발전에 기여해왔다. 그야말로 자주국방의 선구자적 역할을 수행해왔다고 할 수 있다.

이날 ADD 대전본부에서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왕정홍 방위사업청장, 역대 ADD 소장, 전·현직 연구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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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세규 소장은 “미래 50년은 비닉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인공지능(AI), 양자레이더, 합성생물학, 우주분야와 같은 첨단과학에 과감히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끝없이 상상하고 끝까지 도전하는 세계일류 국방과학연구소로 도약하겠다”는 말도 했다.

정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최근에는 한반도의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충분한 사거리와 세계 최대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면서 “앞으로 우리 군은 정밀유도조종 기능을 갖춘 유도무기, 장사정 및 극초음속 미사일, 고위력 탄두, 한국형 위성항법체계 등 기술 개발을 가속화해 미사일 전력을 더욱 고도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고 수준 탄도미사일은 사거리 800㎞, 탄두중량 2t의 ‘현무-4’ 미사일을 지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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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장관은 이어 “지난 2017년 대통령님께서 현무Ⅱ 시험발사를 직접 참관하신 후, 미사일 개발 성공을 축하하고 격려하시면서 손을 잡아 주실 때 감격의 눈물을 흘리시던 박종승 본부장님의 모습은 국방과학연구소의 피땀어린 노력과 그 결실을 대표적으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도 했다.

최근 논란이 됐던 ADD 기밀유출 사건과 관련해선 “조직·예산·정책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시험 안전사고 재발방지 대책과 방산기술보호를 위한 기술보호시스템을 최단시간 내에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국방과학연구소의 빛나는 역사와 성공 뒤에는 안타깝게도 지난해 11월 연구 활동 중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 기태석 연구원님을 포함 스물다섯 분의 순직하신 연구원님들도 계신다”며 “이분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기적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순직하신 연구원님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을 가슴 깊이 추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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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9월 26일 충남 서해안 안흥시험장. 박 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백곰’이란 이름의 국산 미사일이 불기둥을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고 있다. 한국은 이로써 세계에서 7번째 미사일 보유국이 됐다. 미국제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을 모방한 백곰은 사정거리가 180㎞였다.


하지만 이날 50주년 행사에서 ADD 산파역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거론되지 않았다.

전직 ADD 미사일 담당 연구원이었던 P씨는 “박 전 대통령은 1978년 9월 26일 세계에서 일곱번째로 개발한 국산 미사일 ‘백곰’ 시험발사 장면을 지켜 보는 등 ADD의 오늘이 있게 만든 장본인이었다”면서 “창설 50주년에 거명조차 되지 않는 걸 보면 이제 ADD 역사에서도 지워야 할 인물이 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는 “창설 초기 소총 한 자루도 만들 수 없었던 우리의 무기개발 기술 수준을 현단계로 끌어올린 연구원들과 직원들의 헌신을 잊어서도 안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전폭적 지원이 없었다면 과연 지금의 ADD가 있었을까 싶다. 그의 잘못도 크지만 공은 공대로 역사의 한부분으로 남겨줬음 싶다”고 덧붙였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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