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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원피스 등원’ 논란 류호정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게 내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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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지지자들 온라인서 성희롱성 댓글 공세

세계일보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참석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논란에 휩싸인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제 원피스로 공론장이 열렸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렇게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게 진보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류 의원은 5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의 권위가 영원히 양복으로 세워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전날(4일) 국회 본회의에 무릎 위로 올라오는 길이의 분홍 도트 무늬 원피스를 입고 등원한 사진이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 화제가 되며 논란이 인 데 대해 “관행이나 TPO(시간·장소·상황)가 영원히 한결 같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류 의원은 “‘일 할 수 있는 복장’을 입고 (국회에) 들어왔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사회가) 너무 천편일률적 복장을 강조하는데, 국회 내에서도 이런 관행을 바꾸자는 얘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복장이 아니더라도 50대 중년 남성으로 가득찬 국회가 과연 시민들을 대변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류 의원은 해당 복장이 전날 열린 청년 국회의원 연구단체 ‘2040청년다방’ 포럼에 참석할 때 입었던 옷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포럼에서 공동대표인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과 함께 해당 복장을 본회의에도 입고 가기로 참석한 청년들에게 약속했다고 부연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류 의원의 복장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일부 지지자는 “술집 도우미냐”, “새X 마담”, “BJ 출신이라 별풍선 받으려고 그렇게 입었느냐”는 등 성희롱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류 의원은 “제가 원피스를 입어서 듣는 혐오 발언은 아니다”라며 “양복을 입었을 때도 그에 대한 성희롱 댓글이 있었다”고 밝혔다.

류 의원은 그러면서 “우리 정치의 구태의연, 여성 청년에 쏟아지는 혐오 발언이 전시됨으로써 뭔가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류 의원의 ‘긁어 부스럼’ 발언은 이 다음에 나왔다. 진보 정치인인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 “류 의원을 향한 비난이 성차별적인 편견을 담고 있다”며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또 “중년 남성의 옷차림은 탈권위고, 청년 여성의 옷차림은 정치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는 이중잣대”라며 “지금은 2020년”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2003년 ‘빽바지’(하얀색 면바지)를 입고 국회에 등원했다 논란에 휩싸인 유시민 당시 국민개혁정당 의원(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모습. 연합뉴스


이날 류 의원의 원피스가 논란이 되자 2003년 유시민 당시 국민개혁정당 의원의 ‘빽바지’(하얀색 면바지) 논란이 재조명받았다. 유 전 의원은 당시 하얀 면바지를 입고 국회에 등원해 의원 선서를 하려 했는데 이에 여야 의원들이 항의하며 집단 퇴장하자 결국 옷을 갈아입고 의원 선서를 해야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유 전 의원의 사례를 거론하며 “그때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그 드레스코드를 옹호했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그들이 복장단속을 한다, 옛날 수꼴당 지지자들의 그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고 일침을 놨다. 현행 국회법에는 ‘국회의원으로서 품위 유지 규정’이라는 포괄적 조항만 존재할 뿐, 복장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은 따로 없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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