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지자들 온라인서 성희롱성 댓글 공세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참석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논란에 휩싸인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제 원피스로 공론장이 열렸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렇게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게 진보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류 의원은 5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의 권위가 영원히 양복으로 세워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전날(4일) 국회 본회의에 무릎 위로 올라오는 길이의 분홍 도트 무늬 원피스를 입고 등원한 사진이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 화제가 되며 논란이 인 데 대해 “관행이나 TPO(시간·장소·상황)가 영원히 한결 같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류 의원은 “‘일 할 수 있는 복장’을 입고 (국회에) 들어왔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사회가) 너무 천편일률적 복장을 강조하는데, 국회 내에서도 이런 관행을 바꾸자는 얘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복장이 아니더라도 50대 중년 남성으로 가득찬 국회가 과연 시민들을 대변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류 의원은 해당 복장이 전날 열린 청년 국회의원 연구단체 ‘2040청년다방’ 포럼에 참석할 때 입었던 옷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포럼에서 공동대표인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과 함께 해당 복장을 본회의에도 입고 가기로 참석한 청년들에게 약속했다고 부연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류 의원의 복장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일부 지지자는 “술집 도우미냐”, “새X 마담”, “BJ 출신이라 별풍선 받으려고 그렇게 입었느냐”는 등 성희롱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류 의원은 “제가 원피스를 입어서 듣는 혐오 발언은 아니다”라며 “양복을 입었을 때도 그에 대한 성희롱 댓글이 있었다”고 밝혔다.
류 의원은 그러면서 “우리 정치의 구태의연, 여성 청년에 쏟아지는 혐오 발언이 전시됨으로써 뭔가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류 의원의 ‘긁어 부스럼’ 발언은 이 다음에 나왔다. 진보 정치인인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 “류 의원을 향한 비난이 성차별적인 편견을 담고 있다”며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또 “중년 남성의 옷차림은 탈권위고, 청년 여성의 옷차림은 정치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는 이중잣대”라며 “지금은 2020년”이라고 강조했다.
2003년 ‘빽바지’(하얀색 면바지)를 입고 국회에 등원했다 논란에 휩싸인 유시민 당시 국민개혁정당 의원(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모습. 연합뉴스 |
이날 류 의원의 원피스가 논란이 되자 2003년 유시민 당시 국민개혁정당 의원의 ‘빽바지’(하얀색 면바지) 논란이 재조명받았다. 유 전 의원은 당시 하얀 면바지를 입고 국회에 등원해 의원 선서를 하려 했는데 이에 여야 의원들이 항의하며 집단 퇴장하자 결국 옷을 갈아입고 의원 선서를 해야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유 전 의원의 사례를 거론하며 “그때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그 드레스코드를 옹호했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그들이 복장단속을 한다, 옛날 수꼴당 지지자들의 그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고 일침을 놨다. 현행 국회법에는 ‘국회의원으로서 품위 유지 규정’이라는 포괄적 조항만 존재할 뿐, 복장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은 따로 없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