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6 (월)

서울인 듯 서울 아닌 ‘갈매지구’에 훈풍 부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하철 경의중앙선을 타고 한참 달리면 망우역이 나온다. 경의중앙선과 경춘선이 갈리는 지점이다. 이곳에서 내려 경춘선으로 갈아탄 후 2코스만 가면 갈매역이 있다. 갈매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요즘 여러 이유로 화제인 태릉골프장이다. 1번 출구 밖으로 나가면 공기 좋은 곳에 새 아파트 단지가 눈에 띈다. 바로 갈매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갈매역아이파크’다.

태릉골프장 미니 신도시 개발이 발표된 후 갈매지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태릉골프장 개발이 갈매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한쪽에서는 대규모 신도시가 들어오면 집적 효과로 인해 갈매지구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 지역은 전통적인 상습 교통 정체 구역이다. 교통 대책이 함께 마련되지 않는 한 신도시 개발은 갈매지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매경이코노미

태릉골프장이 새로운 주택 공급 부지로 떠오르면서 갈매지구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갈매역아이파크. <윤관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갈매지구는 어디?

▷구리시에 있지만 사실상 서울 생활권

구리시 갈매동.

마을 주위 산 모습이 칡과 매화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갈매동은 지난 40년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었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 조성 사업으로 인해 신도시가 형성됐다. 2009년 2차 보금자리주택지구 대상지로 선정된 후 2016년부터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정점을 찍은 것은 2018년 4월. 갈매역 초역세권으로 인근 지역 대장주 역할을 하는 ‘갈매역아이파크’가 입주하면서 갈매지구는 사실상 완성됐다. 아래로는 신내 IC가 위치했으며 왼쪽으로는 태릉골프장과 육군사관학교, 오른쪽으로는 구리와 포천을 잇는 고속도로가 있다.

갈매지구는 약 1만2000가구 규모로 구성됐다. 비교적 소규모 신도시이지만 알음알음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지역이다.

서울 주변에는 행정구역상 경기도이지만 길만 건너면 서울인 곳이 여럿 있다. 서북쪽으로는 고양 덕은지구, 동남쪽으로는 북위례, 남서쪽으로는 광명 등이 대표적이다. 이 세 곳은 비록 경기도에 위치했지만 서울에 인접했다는 이유로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갈매지구 또한 마찬가지다. 행정구역상 갈매지구는 경기도 구리시에 속한다. 하지만 왼쪽으로 길만 건너면 노원구 공릉동, 아래로는 중랑구 신내동과 맞닿아 있다. 행정구역만 다를 뿐 사실상 서울 생활권이다. 주변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보다 빠르게 서울 접근이 가능하다. 게다가 갈매지구에 있는 아파트는 대부분 새 아파트라는 점 역시 실수요자 입장에서 매력적이다.

이 때문일까.

갈매지구 대장주 역할을 하는 갈매역아이파크는 입주 후 빠른 속도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입주 당시만 하더라도 갈매역아이파크는 전용 84㎡가 5억원 초반에 거래됐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덩달아 가격도 상승하기 시작했다. 6억원 전후로 거래되던 갈매역아이파크는 올해 들어서는 7억원을 돌파했으며 올 상반기에는 7억원 중후반대에 거래된 경우도 다수다. 가장 최근 거래된 금액은 7억6850만원. 현재 매도 호가는 대부분 8억원 이상에 형성됐다.

인근 다른 아파트 가격도 많이 오른 상황이다. 갈매동 갈매스타힐스(1018가구) 전용 84㎡는 호가가 6억5000만원에서 7억원 사이 형성됐다. 지난 1~2년간 1억원 이상 급등했다.

매경이코노미

▶태릉 개발은 호재? 악재?

▷교통 대책 필요…장기적 호재 될 듯

태릉골프장 개발로 인해 갈매지구가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태릉 개발이 갈매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단 ‘명성’ 측면에서는 호재가 될 가능성이 분명하다. 갈매지구는 입지 조건이 뛰어난 편이지만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아 저평가된 지역 중 하나다. 태릉골프장 개발로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태릉골프장 발표 직후부터 갈매역아이파크에 대한 검색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아파트 실거래가 앱 호갱노노에 따르면 7월 초만 해도 해당 앱에서 이 아파트를 검색한 사람은 하루 평균 200~400명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7월 20일부터 한때 실시간 인기 아파트 1위에 올랐으며 검색 회원 숫자도 하루 1000명대로 늘었다.

태릉골프장이 택지 후보로 거론되면서 갈매지구 호가는 상승 중이다.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갈매지구 단지 중 매물을 내놓은 사람들은 호가를 수천만원씩 올리고 있다.

갈매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갈매역아이파크는 전용 84㎡ 기준으로 갈매지역 분양가격이 4억~5억원 정도였는데 2년 만에 7억5000만원 전후로 뛰었으니 이미 많이 오른 편”이라며 “태릉골프장 개발검토 발표 후 호가가 평균적으로 2000만~3000만원 올랐으며 문의 전화도 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태릉골프장 개발이 마냥 갈매지구에 호재가 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일단 이 지역은 서울에서도 대표적인 정체 구간으로 꼽힌다. 갈매지구 외에도 별내지구와 다산신도시 등이 인근에 위치했다. 외곽순환고속도로나 동부간선도로는 상습적으로 막히는 곳이다. 지금도 교통이 불편한 이곳에 1만가구 이상 아파트가 들어서면 인근 주민에게는 교통지옥이 될 수 있다. 일례로 갈매지구에서 광역버스를 타면 보통 잠실까지 30분이면 도착한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차가 막혀 1시간이 넘게 걸린다. 태릉골프장에 1만가구 이상이 들어오면 교통체증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태릉골프장 부지가 개발된다 하더라도 교통 대책을 함께 수립하지 않으면 주택 공급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갈매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현재 별내·다산·갈매지구에 향후 3기 왕숙신도시와 LH 갈매역세권지구, 태릉골프장 부지까지 완료되면 넘치는 인구로 이 일대 도로는 마비될 수 있다”며 “확실한 교통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교통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태릉골프장 개발이 갈매지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본다. 개발만 이뤄진다면 아파트뿐 아니라 주변 인프라가 개선되고 상권이 발달하기 때문에 호재로 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다만 수만 가구를 새롭게 수용하려면 교통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태릉골프장이나 갈매지구 주민들이 이용하는 갈매역에서는 경춘선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배차 간격이 25분가량으로 서울 도심 접근이 쉽지 않다. 신도시 개발과 함께 경춘선 배차를 늘리는 등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변 도로가 상습 정체 구간이기는 하지만 경춘선 갈매역, 6호선 화랑대역, 별내지구에 예정된 8호선 등 광역교통망이 갖춰져 있다”며 “인근 노원구에는 수십만 가구 노후 아파트가 있다. 이에 대한 교체 수요까지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0호 (2020.08.05~08.11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