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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미·중, 인도에서 '기술 냉전' [정원식의 '천천히 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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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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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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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4억명의 거대 시장 인도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들의 ‘기술 냉전’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과의 국경분쟁 여파로 인도 내 반중 정서가 커지면서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거대 IT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서 수세에 몰리자 구글과 페이스북 등 미국의 IT 공룡들이 공세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4일(현지시간) “인도와 중국의 갈등으로 인도의 스타트업 기업들에 투자해온 중국의 입지가 흔들리고 미국 IT 기업들과 펀드들이 중국 경쟁기업들과 맞설 수 있는 문이 열렸다”면서 “중국이 휘청거리자 실리콘밸리가 피냄새를 맡았다”고 보도했다.

인도는 세계 주요 IT 기업들이 눈독을 들여온 거대 시장이다. 인도의 인터넷 사용자는 7억명으로 미국 인구의 두 배에 해당한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40% 미만에 머물고 있으나 이는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국은 2017년 이후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을 필두로 인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중국의 벤처 캐피털은 지난 6월까지 인도에 43억달러(5조1100억원)를 투자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를 넘는 인도의 IT 분야 스타트업 기업 10개 중 7개가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받고 있다. 미국 자본의 투자를 받는 곳은 10개 중 1곳에 불과하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전자상거래, 디지털 결제, 소셜미디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배송업체, 음식배달, 온라인 교육 등 광범위한 분야에 진출했다.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의 동영상 서비스 틱톡은 인도에서 1억2000만명이 사용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다.

그러나 지난 6월 중국·인도의 국경분쟁으로 수십명의 사상자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인도는 틱톡과 위챗 등 중국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59개를 사용금지했다. 중국산 전자제품·의료 장비 등 160~200개 품목의 수입 관세를 올리는 법안도 추진 중이다. 5세대(G) 사업에서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와 중신통신(ZTE)을 배제할 계획도 갖고 있다. 니케이아시안리뷰는 “인도가 디지털 냉전에서 중립을 버리고 미국 블록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인도 투자는 1월 6건에서 지난 6월 ‘0’건으로 줄었다. 알리바바 계열 금융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인도 음식배달 스타트업 조마토에 대한 투자 계획을 연기했다. 반면 미국 주요 IT 기업들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구글은 지난달 13일 ‘인도 디지털화 펀드’라는 이름으로 인도에 100억달러(11조8800억원) 투자를 약속했다. 이어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 산하 전자상거래 업체 지오플랫폼에 45억달러(5조34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4월 57억달러(약 6조7700억원)에 지오플랫폼 지분 9.99%를 확보했다. 힌두스탄타임스는 틱톡을 사용하던 인도의 인플루언서들이 페이스북이 소유한 인스타그램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올해 인도가 유치하기로 한 200억달러 규모의 투자 가운데 대부분이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돈이라면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규모의 투자는 매우 비현실적인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러나 “인도처럼 역동적인 시장은 매우 변덕스러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인도 정부가 미국 기업을 포함해 외국기업들을 통제하기 위해 언제든 규제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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