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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여적] 35층 룰과 50층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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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의 스카이라인./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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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 전망대는 478m 높이에 있다. 그곳에서 사방을 보며 놀란 게 있다. 서쪽으로 지평선, 남쪽은 청계·관악산, 북쪽은 북한산, 동쪽은 시 경계까지 아파트 물결만 보인다. 한 동은 성냥갑, 단지는 두부모처럼 보이고 한강변엔 병풍이 쳐 있다. 왜 고층아파트는 지은 시기 따라 천편일률적으로 15·20·35층인지, 그 아파트숲에서도 전·월세 가구가 51%나 되는 서울을 곱씹게 된다.

아파트 높이는 ‘욕망의 선’이자 ‘경관의 선’이다. 재건축단지는 더 높이 오르려 하고, 사람들은 산·강과 야경을 더 즐기고 싶어한다. 사유재산권과 조망권의 충돌은 계속됐고, 서울 고가아파트의 첫 잣대도 한강변과 층고가 돼버렸다. 희소성이 집값에 더해진 것이다. 아파트 높이는 수치(m)가 아닌 층고로 정한다. 2014년 서울시가 ‘2030 도시기본계획’에 담은 상한선은 아파트 35층, 주상복합 50층이다. 한 층을 2.4~2.6m로 짓는 통례상 35층은 90m, 50층은 125m 언저리가 된다.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다시 변곡점에 섰다. 정부가 ‘8·4 주택공급 대책’에서 서울의 35층 룰을 푼 것이다. 정부안은 일반주거지역 아파트도 50층까지 재건축하되, 공공기관(LH·SH)이 참여하고 추가 물량의 50~70%는 공공임대·분양으로 내놓는 조건을 걸었다. 서울시는 35층 룰을 견지할 뜻을 내비쳤고, 국토부는 종상향(일반주거지역→준주거지역)으로 50층을 짓자고 했다. 지금까지 서울에선 ‘광역중심지구’인 잠실주공5단지가 종상향으로 50층 재건축을 승인받은 전례가 있고, 반포·압구정현대·은마처럼 50층을 퇴짜 맞은 대단지도 많다.

바벨(탑)의 어원은 히브리어로 ‘혼란’이다. 신의 문을 연다는 개념이다. 아파트 층고는 기부채납(임대·녹지)을 넘어 방재·교통·과밀·경관 문제와도 맞닥뜨린다. 서울의 35층 룰도 한강변 주요 지점에서 먼 산이 보이는 높이로 정해졌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곧 고밀 재건축 지역을 선정하는 가이드라인을 협의한다고 한다. 한강변에 하염없이 아파트 병풍만 높일 수는 없고, 곳곳에 제2의 잠실주공5단지를 찾아보자는 뜻일 게다. 답은 디테일에 있고, 개별 지역·단지별로 서울시의 경관·도시계획 심의가 더 창의적이고 엄격해져야 한다.

이기수 논설위원 k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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