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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사설] 여 배구 고유민 죽음 부른 스포츠 댓글 방치만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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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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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숨진 프로배구 고유민 선수가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포츠계가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배구연맹은 네이버·카카오·네이트 등 주요 포털 사이트를 상대로 스포츠 기사 댓글 기능 개선을 공식 요구했다. 야구·축구 등 타 프로 종목 관계자들도 공감하고 있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은 스포츠 뉴스 댓글 금지법을 발의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포털에 맡길 게 아니라 아예 법으로 악성 댓글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를 넘은 악성 댓글과 인신공격으로부터 선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댓글 전면개편이나 폐지가 필요하다고 스포츠계는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또 다른 비극을 막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13년부터 올 3월까지 프로 팀에 몸담았던 고 선수는 지난달 31일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남긴 일기장 등을 보면 악성 댓글로 인한 고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댓글 테러와 SNS 메시지가 모두 한번에 와서 멘털이 정상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선수 시절 “네가 선수냐” “발로 해도 너보다 낫겠다”는 댓글에 시달렸고, 은퇴 후에도 “돈 떨어졌다고 돌아오지 말라”는 극언까지 들어야 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던 25세 젊은 선수를 극심한 좌절 속에 죽음에까지 내몬 것은 바로 악담, 댓글 폭력이었다.

국내 포털 사이트들은 지난해 가수 설리 사망 이후 악성 댓글의 폐해를 없애고자 연예 뉴스의 댓글을 폐지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네이버는 지난 3월에 종료했다. 그 결과 욕설·혐오표현을 담은 악성 댓글이 현저히 줄었다. 그러나 악성 댓글 문제는 연예 부문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번에 드러났다. 포털들은 악성 댓글의 폐해를 전 분야에 걸쳐 꼼꼼히 살펴보고 확실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댓글 축소·폐지로 사용자가 이탈해 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대책 마련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스포츠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은 진정한 팬이 아니다. 악성 댓글 작성자 중에는 스포츠 도박에 참여해 불만을 원색적으로 표출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런 악성 댓글은 건전한 공론 형성과 아무 상관이 없다. 무분별한 비난과 욕설을 배설하듯 쏟아내는 댓글 공간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런 공간을 당장 없애는 게 불가능하다면 악성 댓글을 뿌리 뽑을 법적·제도적·기술적 장치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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