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7 (화)

클래식명곡대사전 - 이성삼 [윤중목의 내 인생의 책 ④]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문교양사전

[경향신문]

사전도 책인가? 인쇄가 된 종이 묶음이니 사전 역시 책이 맞다. 그러면 사전을 ‘독서하다’ 할 수 있을까? 아, 그건 좀…. 기본적으로 독서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다 읽는 걸 말하잖나. 하지만 사전이란 그때그때 궁금한 낱말이나 주제어 하나를 택해서 들춰보는 거잖나. 그것이 사전의 통상적 사용법이지 않나.

경향신문

분명 사전임에도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통독을 한 게 있었으니, 바로 <클래식명곡대사전>이다. 눈이 피로할 정도로 글씨가 빽빽이 차 있는, 800쪽이 넘는 분량을 전부 읽어보지 않았겠나.

화성학이니 대위법이니 하는 이론서라든가, 전문연주용 실기교본이라든가 그런 거였다면 그렇게 못했다. 그런데 클래식 1000여곡 하나하나마다 우선 해당 작곡가의 생애를 소개하고, 이어 개별 곡의 배경, 사연, 파트별 내용 등을 마치 이야기책처럼 기술하고 있으니 이건 사전이기보다 인문교양서에 가까웠다.

“봄이 옴을 노래하는 기본 주제에 의해서 개시되며 작은 새들이 지저귀고(바이올린의 트릴과 작은 음형), 샘물이 솟아 흐르는데(바이올린의 16분음표 음형), 거기에 폭풍이 분다(32분음표의 트레몰로). 그러나 그 사이에 폭풍은 개고 작은 새들이 지저귀고 최후에 기본 주제가 재현된다.” 비발디 <사계> 중 ‘봄’의 제1악장 대목이다. 아, 얼마나 곡에 대한 친절한, 심미적이기까지 한 가이드인가.

플라톤은 <국가>에서 수호자 육성을 위한 필수 교육과목으로 체육과 음악 둘을 꼽은 바, 체육을 육체의 자양분으로, 음악은 영혼의 자양분으로 여겼던 것이다. 오늘날 다채로운 음악 장르 중에서 그 원류, 본류인 클래식. 이의 배경적 지식을 얼마간 미리 안고서 감상이나 연주를 한다면 자양분 흡수가 필히 심화촉진될 것 아닌가. 고백건대, 당시 사귀던 여학생이 음대생이라서 이 사전을 그냥 악착같이 다 읽었다. 하하.

윤중목 시인·영화평론가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