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7 (화)

대전협 “필수 인력도 파업”…정부 “의대 증원 규모 양보 없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의료계 7일 파업 예고…대학병원들, 대체인력 확보 비상

[경향신문]

정부 “의사수 OECD 평균 미달” 의사들 “증가율, OECD 1위”
시민단체들 “증원 필요하나 구체적 계획 없어 파업 빌미 제공”
박능후 장관, 오늘 대국민 담화…‘집단 휴진’ 재고 요청할 듯

의료계가 의대 정원 증원 방안에 반발하며 잇따라 파업을 예고했지만, 정부는 의사 증원 규모를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대신 의료단체에 거듭 대화를 요청하는 한편 7일로 예정된 전공의 파업 시 진료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대체인력 확보에 나섰다.

5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전국 모든 수련병원 전공의들에게 7일 진행될 파업에 동참해달라고 재차 공지했다.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투석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유지업무 관련 전공의도 업무 중단 후 단체행동에 함께해달라고 밝혔다. 현재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오는 14일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전공의들은 당일 집단 연차를 내는 방식으로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국 병원 250곳에서 수련 중인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는 1만6000여명에 달한다.

서울대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들은 대체인력 확보를 위해 근무일정을 조정하는 등 진료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그날 휴무인 교수나 임상강사 등이 출근해 진료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본원 근무 의사 1500여명 중 500여명이 전공의로, 파업에 동참하는 전공의가 많을 경우 진료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도 응급실 등 필수유지업무에서 빠지는 인원을 파악 중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파업 당일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24시간 비상진료상황실을 운영하며 진료공백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6일 오전 11시 정부 입장을 담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담화문을 통해 의료계의 집단 휴진은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진료 공백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재고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부족한 공공의료 인력을 충원하고 심각한 지역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 의대 정원을 매해 400명씩, 10년 동안 4000명 증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3000명은 지역 내 중증 및 필수의료분야에 의무적으로 종사할 ‘지역의사’로 양성한다.

하지만 파업까지 불사하면서 의대 정원 증원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대전협과 의협 등은 “지역별 의료 격차는 의사 수 부족으로 인한 것이 아니며, 의사 수를 늘릴 경우 수도권 의료과잉 문제만 키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역별 의료 격차는 수도권에 대다수의 의료기관이 쏠려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한국은 세계 최초로 출산율 0명대의 ‘인구소멸국가’에 진입했으나, 의사 증가율은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라며 “국민들이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수도권에 대다수 의료기관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지방병원보다는 수도권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국민이 많은 상황”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의사 수만 늘릴 경우) 지역의사 의무 복무 기간을 채운 이들이 다시 수도권으로 몰려와 수도권 의료과잉 현상이 빚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대전협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례브리핑에서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한국 의사 수는 13만명 수준이나 실제 활동하고 있는 의사는 10만명으로 OECD 평균(16만명)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면서 “의사 부족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현재 대책만으로는 지역의사로 선발된 이들이 의무 복무 기간을 채운 후 지역에 정착하도록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역의사들이 (자긍심을 느끼며) 활동할 수 있도록 지역 우수병원에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애초에 허술한 의사 증원 방안을 내놓아 의료계에 파업의 빌미를 줬다고 지적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권역별 공공의대 설립 등 구체적인 공공의료 인력 양성과 관리 계획을 함께 내놨어야 하는데, 지금 계획에는 그 부분이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 수 증원은 필요하지만, 시장에 의료인력 공급을 맡겨놓아 발생하는 의료인력 지역 불균형 문제는 공공 의료인력·기관 확충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