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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사망자 2배 많은 美흑인,  정작 코로나 백신엔 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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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받아들이겠다" 밝힌 흑인 절반도 안 돼
"'터스키기' 트라우마 영향... 백신 더 알려야"
한국일보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물질 개발 1차 임상시험에 들어간 3월 16일 시애틀에서 한 백인여성이 1단계 임상시험 주사를 맞고 있다. 시애틀=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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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연내 출시 기대가 높지만, 미국에선 피해가 큰 유색인종들의 백신에 대한 반감 때문에 전반적인 감염 예방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과거 임상시험 단계에서 다양한 인종을 참여시키는 제약사들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4일(현지시간) "미국은 역사상 최대의 백신 접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부 지원에 회의적인 소수인종에 대해서는 계획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핵심은 백신을 개발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백신이 미 전역에 확산되도록 하는 데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초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흑인과 라틴계 미국인은 코로나19로 사망할 확률이 백인보다 2배 높았다.

매체에 따르면 백신물질 개발은 시험 과정에서부터 각 인종과 민족, 성별 또는 다른 특성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등을 세밀히 측정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쉽다. 하지만 흑인들의 백신에 대한 반감이 심각하다. 지난 5월 AP통신과 시카고대 공동 여론조사 결과 흑인의 40%가 백신에 거부감을 보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정부 주도로 1932년부터 40년간 앨라배마주(州) 터스키기에서 흑인을 대상으로 이뤄진 터스키기 매독 실험과 같은 선례가 있어 백신이나 임상시험 등에 대한 흑인들의 불신이 높다"고 설명했다. 당시 연구자들은 1940년대에 페니실린이 치료제로 널리 도입된 이후에도 매독에 감염된 흑인들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지 않았다.

여기에 불신을 해소하려는 연방정부와 지역사회의 노력도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다. 연방정부는 최근에서야 백신 접종 우선순위를 포함해 감염 위험이 큰 계층 선별, 인종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백신 공급 지침 등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백신 개발의 선두주자인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경우 3상 임상시험 참여자 3만명 중 89%를 백인으로 채웠다. 보건정책 전문가인 하랄트 슈미트 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의료체계 내의 구조적 인종차별을 고려해 흑인들에게 백신 접종에 대해 더 강력히 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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