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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사설] 코로나 사태 와중에 의료파업 임박… 대화로 파국 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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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 등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돌입한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내일 집단휴진에 나서고 14일에는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을 한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도 내일부터 14일까지 수업·실습을 거부한다. 의료계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원격의료 허용, 한약첩약 건보급여화의 백지화를 요구하며 파업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전국 수련병원의 인턴·레지던트 1만5000여명이 소속된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집단휴진에 들어가면 병원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등의 진료 업무가 차질을 빚는다. 정부가 대체인력 확보 등 대책을 마련했다지만 응급의료체계의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다. 회원이 13만여명에 달하는 대한의사협회까지 총파업에 돌입하면 그 파장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진료 공백으로 코로나19 방역망에 큰 구멍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부는 국민 피해가 발생하면 법과 규정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먼저 자성할 일이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의료체계를 뒤흔드는 정책을 당사자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화를 불렀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가 4대 정책 추진을 기정사실화한 뒤 의견을 청취하는 시늉만 한다고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지 않는가. 코로나19 방역이 시급한 현시점에서 의료진의 반발을 부를 사안을 꺼내든 것도 문제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뒤 추진해도 될 일을 왜 이렇게 서둘렀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그렇더라도 의료계의 파업은 명분이 없다. 의료 질 하락, 과잉진료 문제를 제기하며 “의사 수가 아니라 배치가 문제”라는 주장을 펴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우리나라 의사는 인구 1000명당 2.4명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5명을 크게 밑돈다. 게다가 의사들이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역 간 의료 편차가 극심하다. 대구 지역에 코로나19가 번질 때 다른 지역 의사들이 달려가 급한 불을 껐을 정도다.

의료계는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이 국제적 모범사례로 꼽히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니 온갖 위험을 감수하면서 헌신한 대가가 고작 이런 것이냐는 하소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의료 파업으로 스스로 쌓아올린 K방역의 탑을 허무는 것은 옳지 않다. 의료계는 이제라도 파업 계획을 철회하고 정부와 대화를 통해 상생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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