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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박진수 큐시스 대표, '위기는 기회' 새제품으로 승부수 띄우며 사업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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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박진수 큐시스 대표가 서울 문정동 가든파이브에 위치한 큐시스 연구소에서 준불연제품 인증을 받은 황토소재의 패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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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외환위기(IMF) 때부터 몇 번의 위기가 있었다. 그때마다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고 새 제품을 개발하면서 대처해왔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기업들이 힘들지만, 올해는 우리에겐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해다."
5일 서울 문정동 가든파이브의 연구소에서 만난 큐시스 박진수 대표( 사진)가 밝힌 위기를 기회로 만든 비결이다. 큐시스는 '큐비클 시스템'을 줄여서 만든 사명이다. 화장실 칸막이와 부속자재를 통칭하는 큐비클(cubicle)을 만드는 큐시스지만, 처음부터 큐비클을 만든 것은 아니다. 대형 가구업체에 싱크대 등을 납품하던 회사는 IMF 경제위기 때 수십억원의 부도를 맞고 휘청였다.

그때 박진수 대표에게 큐비클 임가공 의뢰가 우연히 들어왔다. 이 우연한 기회를 박 대표는 새로운 발판으로 삼았다. 그는 "기존의 화장실 칸막이는 대부분 영세한 업체들이 저렴하게만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며 "프리미엄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디자인과 제품 개발을 하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때부터 국내 큐비클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기시작했다.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박 대표는 "전시회에 나가면 바이어들의 반응이 좋았다"며 "하지만 큐비클 자체가 기업간거래(B2B) 시장이라 영업에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이 위기도 새로운 제품 개발로 극복했다. 박 대표는 "화장실은 청소를 많이 해서 칸막이 밑부분이 금방 썩더라"며 "이걸 해결하려고 칸막이 밑부분에 방수패널을 만들어 특허를 냈다"고 설명했다.

혁신 제품을 개발하자 영업을 하지 않았음에도 주문이 쇄도했다. 대표적인 곳이 국방부다. 막사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이던 국방부에서 큐시스의 제품을 보고 구매 문의를 한 것이다.

박 대표는 "갑자기 국방부에 납품하고, 국방부 표준시방서(조달제품 기준)에 우리 제품이 올라가자 업계에서 '장성 출신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병장으로 만기전역한 박 대표가 기술력만으로 국방부에 납품하는 큐비클 대부분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국방부 덕에 포트폴리오가 쌓이자 다른 관공서에서도 영업이 쉬워졌다. 2010년에는 우리나라에서 큐비클 최초로 '조달철 우수제품'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2013년에는 평택 미군기지 시공업체로도 선정됐다.

큐시스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제품 고도화에 매진했다. 2011년엔 절전형 화장실 칸막이인 '하이큐' 1세대 모델을 개발해 냈다. 박 대표는 "하이큐는 사용할 때만 화장실 칸에 불이 들어오는 제품"이라며 "대기전력도 줄이고 사용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었다"가 강조했다. 현재 하이큐는 롯데월드타워의 라운지, 인천국제공항 2청사, 제주공항, 청주공항, 그리고 내년 1월 오픈하는 여의도 파크원 등에도 들어갔다.

제품 개발은 자연스럽게 사업영역 확장으로도 이어졌다. 박 대표는 "화장실 패널에 쓰이는 멜라민을 화장실 벽으로 개발해서 타일 대신 사용해보니 공사기간이 짧아졌다"며 "덕분에 화장실 칸막이에서 화장실 벽, 복도 패널까지 진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 과정에서 멜라민보드가 화재 시 연기가 많이 난다는 단점을 발견했다"며 "준불연제품(불연에 준하는 방화성능을 가진 제품)이자 친환경제품인 황토보드를 개발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고객들의 다양한 수요에 맞게 개발해서, 디자인도 다양하고 단열도 잘 된다"며 "우리 집 베란다의 천장을 황토보드로 설치해 힐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황토보드의 기능성을 인정 받아 기술인증을 받았고, 한국체육대학교의 리모델링 사업에도 대규모로 참여하게 됐다.

최근 박 대표는 '매각 백지수표' 제안도 받았지만 거절했다. "해야할 일이 많다"는 것이 거절의 이유다.

2020년은 큐시스에게 중요한 해다. 박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해외 시장도 개척하고 싶다"며 "특히 베트남이나 터키 등 개발도상국은 전기가 부족해서 하이큐가 경쟁력이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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