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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사설] “주택문제는 정치 아닌 정책이다” 항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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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8·4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이 관련 지자체들의 공공연한 반발로 발표 후 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김이 빠져 버렸다. 이래서야 어디 대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겠느냐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앞으로 정책추진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벌써 23번째로 발표된 부동산대책이지만 이번에도 포장만 그럴 듯할 뿐 내용은 설익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대책이 발표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서울시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공공참여형 재건축 도입 방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태릉골프장에 아파트 1만 가구를 짓는 방안에 대해 인프라 부족 및 베드타운화 우려로 반대한다는 서한을 문 대통령에게 보냈다고 한다. 서울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과천을 주택공급지로 희생시키지 말라고 성명을 낸 김종천 과천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마포구 상암동에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방안에 대해서도 반발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문제가 확대되자 서울시가 보도자료를 통해 “중앙정부와 이견이 없다”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그 속내를 헤아리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공공참여형 고밀도 재건축 방안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서울시 간에 많은 논의를 거쳐 마련된 것”이라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혼선의 흔적이 감지된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방안들이 주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부터가 문제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면서도 오히려 여건이 훼손되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고분고분 따라오기를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재건축 시장에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을 참여시키고 개발이익의 대부분을 환수하겠다는 방안도 시장 논리를 벗어난다. 아무리 그러한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주택건축 관련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해당 지자체들과 사전 의견교환이나 토론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이어서는 반발만 불러오기 마련이다. 정부가 다급한 나머지 너무 서두르다 보니 정책수립을 졸속으로 진행한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문제는 정치가 아닌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는 서울시 공무원들의 훈수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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