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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대한민국에 떨어진 물폭탄

[반복되는 물난리] ③ "하수관 용량 키우고 빗물 분산해야"…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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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관거 시간당 75㎜ 이하로 설계, 게릴라성 호우 감당엔 역부족

"전국 오래된 저수지·하천·농지 재정비와 시설 보강도 시급하다"

연합뉴스

장맛비 전국적 확대 (PG)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전국종합=연합뉴스) 장마철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가 전국에서 속출하자 수용 용량이 부족한 빗물 저류시설과 저수지 방재 시설의 보강을 요구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전국 대부분 저류시설 하수관거 용량이 시간당 100㎜의 폭우를 감당하기 어렵고 오래전에 지은 중소형 저수지의 시설도 낡아 보강이 시급한 데 따른 것이다.

6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월말에 시작된 올 장마는 전국을 돌며 강원도,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등에 시간당 30∼40㎜의 강한 비를 퍼부었다.

특히 지난달 30일 대전에 시간당 105.5㎜, 전북 완주에 시간당 100.4㎜의 기록적 폭우를 쏟아부었고 지난 2일 경기도 안성에도 시간당 104㎜의 물폭탄을 터뜨렸다. 심지어 지난 3일에는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강원도 춘천 남이섬에 가장 많은 시간당 116㎜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미 아열대기후로 들어선 한반도에 여름철마다 언제든 시간당 1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질 수 있다는 기상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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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 역류한 강남역 일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게릴라성 폭우의 변화무쌍한 심술에 주목하며 전문가들은 현 실정에 맞지 않는 '빗물 저류시설'의 확대와 보강을 제안한다.

이상기온으로 시간당 100㎜의 비가 쏟아지는 데도 우리나라의 빗물 저류시설 하수관거는 시간당 75㎜ 이하만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한다.

강남역 침수도 빗물이 집수정(두 개 이상의 물줄기로부터 물을 모으는 시설)으로 이동하기도 전에 좁은 하수관거가 많은 물을 감당하지 못해 역류하면서 빚어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서울의 경우 2010∼2011년에 시간당 100㎜의 비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수관거 용량을 키우는 보수 공사를 시작했지만,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다"면서 "서울뿐 아니라 대부분 지역의 저류시설 하수관거는 최근의 호우 경향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수관거 용량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침수를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빗물이 저지대로만 흐르지 않도록 여러 방향으로 분산시키는 작업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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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로 무너진 산양저수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 저수지와 하천, 농경지 정비와 보강도 시급한 실정이다.

이번 장맛비로 경기도 이천 산양저수지와 안성 복좌저수지 제방이 붕괴해 주민들이 대피했으며 충남 천안시 수신면 병천천 둑 일부가 무너져 장산리 마을 주민들이 불어난 물에 고립되기도 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전국의 저수지 3천411개소 중 대형 저수지 1천931개소는 200년에 한 번 내리는 큰비도 견뎌낼 수 있도록 시설이 보강됐다.

그러나 지은지 오래된 중소형 저수지 1천480개는 사실상 방치되고 있어 집중호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김규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업계획처장은 "비가 많이 오더라도 저수지 물이 넘치지 않도록 하는 물넘이 시설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흙으로 조성된 토공 수로는 장마철만 되면 자주 유실되면서 인근 농경지를 매몰시키는 원인이 된다"며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수로를 구조물화 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연차적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영기 전북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역시 "큰 규모 저수지는 비교적 안전하지만, 지방의 노후한 중소형 저수지는 사실상 방치된 상태"라며 "70∼80년 전에 만들어진 작은 저수지를 대상으로 제방을 높이 쌓는 등 치수 능력을 높이는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월이 흘러 방재 능력이 떨어진 하천 둑도 많다"며 "콘크리트로 차벽을 두껍게 만드는 등 물을 견딜 수 있는 차수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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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호우 경보, 물 방류하는 팔당댐
[연합뉴스 자료사진]



비 피해에 대한 사후 대책이 미진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재은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은 "지자체가 노인들을 대상으로 호우시 대피요령을 교육하고 재해 피해 예방을 위한 훈련도 지속해서 해야 한다"며 "이번에는 농촌 고령화로 신속히 대응하거나 대피할 수 없어 피해가 커졌고, 그동안 큰 피해가 없다 보니까 하천 방재 대책과 관리를 소홀히 한 것도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도 치수방재 관계자는 "최근 국지성 호우가 빈번하다 보니 저류시설 등의 필요성이 더 요구된다"며 "하천 폭을 늘리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도심지 밀집 지역은 하천 폭을 무한정 늘릴 수 없다. 주변에 상가나 주택 등이 들어서 있어 사실상 예산 문제 등으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윤우용 노승혁 한종구 임채두 기자)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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