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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ESC] 송골송골 땀, 물회가 날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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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북부시장 앞 ‘명천회식당’ 물회. 사진 이우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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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름을 그냥 지나치려 하다니, 물회하기 짝이 없다.’ 물회, 그저 물에 양념장을 풀고 날생선을 썰어 넣은 것 같지만, 사실 생선 초밥만큼 다양성이 존재한다. 강릉식이 다르고 포항식이 또 다르다. 물론 제주식(아세트산), 통영식(멍게·굴), 장흥식(된장물회) 등도 있고 저마다 정통성을 주장하는 근거도 제각각이다.(바다가 다르니 생선 종류도 유별나고 양념도 많이 차이 난다.) 어차피 어부들이 뱃전에서 생선에 식은 밥을 섞고 훌훌 물에 말아 먹던 것에 원조가 어디 있겠냐만서도 지역에 따른 특성은 분명하다.

이번엔 포항식, 그중에서도 ‘북부시장 식’을 이야기한다. 제철(製鐵) 도시가 제철 물회를 탄생시킨 셈. 철이라도 녹일 만큼 뜨거운 포항의 여름엔 시원한 물회가 자연스레 인기를 끈다. 열은 물회로 달래야 한다. 포항 북부시장 앞 ‘명천회식당’을 갔다.

이 집은 철저히 ‘북부시장 식’으로 무침회를 내는 집이다. 물회 얘기를 하다가 왜 갑자기 딴소리냐고 의아해할지 모르겠지만, 물회는 이 무침회에서 나온다. 포항 북부시장식 물회의 가장 큰 특징은 육수 대신 고추장을 넣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무침회를 접시에 담느냐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무침회와 물회가 구분된다.(물회가 1000원 비싸다.) 그리고 청어와 꽁치, 전어, 멸치, 숭어 등 등푸른생선을 주로 쓴다는 것이 다르다.

고추장이 끝내준다. 고추장에 마늘과 참기름 등을 넣고 숙성한 장인데 물만 부으면 바로 육수 이상의 맛을 낸다는 것이 놀랍다. 이른바 ‘마법의 고추장’이라서 따로 양념을 사 가는 손님도 많다.

해초와 푸성귀를 듬뿍 곁들인 무침회를 집어 먹다가 시원한 물을 붓고 밥과 함께 후루룩 마시듯 즐기면 된다. 육수도 아니다. 냉수를 콸콸 붓는다. 밥을 말거나 국수를 넣어 ‘발우공양’하듯 깨끗이 끝내면 된다. 부드러운 생선 살점이 아삭한 채소와 매콤한 장맛에 어우러져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반쯤 먹고 물을 부어야 하는데, 무침회 삼매경에 빠져 겨우 3할만 남겼다.

1만원에 회를 먹다가 식사까지 거뜬히 챙길 수 있는 등푸른생선 무침회도 있고, 따로 1만1000원짜리 등푸른생선 물회도 있다. 생선의 양은 거의 비슷하다. 가자미로만 챙기면 가자미 회덮밥과 물회가 각각 1만5000원이다. 어쨌든 차가운 물회 한 그릇을 싹 비웠더니 한결 시원해졌다. 체온은 내려가고 기력은 올라간다.

이우석(놀고먹기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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