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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현장에서]2년이 시간낭비였다는 日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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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 이후 2년

수출 규제 강화·지소미아 경제안보 경제로 확전

코로나19·北문제도 있는데 "더이상 확전 어렵다" 인식 커

이데일리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판결 후 2년 가까이 시간이 낭비된 것은 유감스럽다”(사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징용 문제로 발생한 연쇄를 끊자”는 제목의 5일자 사설에서 한·일 양국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당부하며 이같이 말했다.

2018년 10월 30일 우리나라 대법원은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에 일제 강점기 당시 강제 동원된 피해자에게 배상을 하도록 판결했다. 이후 2년이 다 돼가지만 양국간의 접점을 찾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이 중첩되며 양국 정부의 출구찾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2년간의 시간이 낭비였다”는 닛케이 반응은 한치도 좁아지지 않는 지난한 싸움에 대한 피로감이 묻어난다.

외교가 “4일 日보복조치 없을 것 분석 지배적”

일본제철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압류 명령이 공시송달되는 4일에 맞춰 일본정부가 보복조치에 나설지 관심이 쏠렸지만 정작 외교가에서는 보복조치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을 비롯해 일본 당국자들이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할 경우”라는 전제를 달며 자산 압류만으로는 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란 여지를 남긴 것도 하나의 시그널이었지만, 일본 역시 추가적인 보복조치를 단행하기에는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년여는 양국의 충돌이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체감하는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반도체 핵심국인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은 것은 그 소재를 수출하는 일본 기업이었다.

일례로 고순도 불화수소를 판매하는 모리타화학의 경우,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이후 반 년후에야 수출을 재개할 수 있었다. 지난해 일본의 한국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16.2% 감소해 3년만에 줄었다. 특히 수출 규제 강화 품목 중 하나인 불화수소 등 포함한 무기화합물 수출 규모는 반토막이 났다.

노재팬 운동이 일어나며 일본제품을 불매하거나 일본여행을 가지 않은 이들이 많아지자 대마도 등 한국인 여행객 비중이 높은 지역들은 지역 경제가 황폐화되고 유니클로, 데상트, 아사히 맥주 등 한국 시장 진출에 공을 들여왔던 기업들은 잇따라 실적이 악화됐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역시 피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재팬 운동으로 여행객들이 뚝 끊기자 일본 비중이 컸던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LCC), 여행사들이 잇따라 무너졌다. 한국의 취업난을 피해 일본 취업 등을 염두에 뒀던 청년들은 갈수록 악화되는 한일 관계에 마음을 졸여야 했다.

게다가 지금은 코로나19로 한국과 일본 경제 모두 녹록지 않고 북한 역시 갈수록 핵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의 관계 악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이데일리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9년 12월 24일 중국 청두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afp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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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화 시간 벌었지만 …한·중·일 정상회담 마지노선

문제는 2여년의 시간, 양국 정부의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졌다는 것이다.

일본정부는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3권 분립에 따라 “한일 청구권 협정이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간섭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그간의 외교간 노력들도 모두 무용(無用)으로 돌아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20일 한·일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금을 조성해 문제를 해결하자(1+1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거부했고 청와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결국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윤상현 무소속 의원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러나 여야가 뜻을 모았던 지난번과 달리 재발의된 법안은 윤 의원을 주축으로 제1야당 미래통합당 소속 의원들만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려 오히려 추진력은 떨어진 모양새다.

외교부는 국장급 회담을 정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합의하고 대화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부분에서 양국이 의견 차를 보이는 상황에서 청와대와 총리관저의 정치적 결단 없이는 논의가 진전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크다.

이 가운데 일본제철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가 이뤄지기 앞서 올해 한국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까지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한·중·일 정상회담 시점은 아직 미정이다. 한·일 관계도 녹록지 않은 가운데 최근 홍콩 사태 등으로 중·일 양국 관계도 불편한 기류가 흐르며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단 올해 개최를 염두에 두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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