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주택공급대책’에 담긴 서울지역 고밀 공공재건축을 통한 공급주택 ‘5만 가구’란 수치가 엉터리 셈법 논란에 휩싸였다. 사전 전수조사 없이 순전히 국토교통부의 추정으로 나온 수치이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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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8·4공급대책에서 “서울에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전인 93개 사업장 26만 가구 중 약 20%가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에 참여하는 것으로 추정해 5만가구를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산출 근거가 되는 기초자료를 요청하자, 국토부와 서울시는 “재건축 사업단지(사업시행前)는 유출 우려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뮬레이션을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에는 서울시는 “국토부가 계산했다”, 국토부는 “서울시가 알 것”이라며 구체적 설명없이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그렇다면 정부 말대로 사업시행인가 전 단지가 93개라고 치자. 그렇다해도 어떻게 26만 가구라는 숫자가 나올 수 있을까. 26만 가구는 가락동 헬리오시티(용적률 285%·9510가구)만한 초대형 단지가 서울 내 26개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이데일리가 사업시행 전 재건축 사업 단지를 전수 조사한 결과 정부 통계와 달리 해당 단지는 103개였다. 103개 단지의 총 주택 수는 7만2000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는 개포주공, 한보미도맨션, 대치은마 등 19곳뿐이다.
이를 근거로 국토부와 서울시에 차례대로 재문의하자 “26만 가구는 사업시행 전 단지 93곳 모두를 고밀재건축을 했을 때를 가정한 것”이라는 답변이 왔다.
조합원들 의견도 듣지 않고, 무조건 사업장 20%는 500%(50층)까지 고밀재건축을 할 것이라고 봤다는 얘기다. 이 경우 무조건 공급 수가 세 배까지 늘어난다고 추정해 최종 5만가구 공급이라는 수치가 나온 것이다.
그렇지만 총 가구수 7만2000가구의 20%면 1만4400가구, 고밀개발로 세 배까지 늘어난다 해도 4만3200가구가 된다. 정부가 밝힌 ‘5만 가구’는 정확하지 않은 자료를 기초로, 기대치만 잔뜩 집어넣은 ‘허수’인 셈이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도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26만가구 중 5분의 1 정도가 고밀재건축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결국 정확한 통계를 기초로 사전조사 등을 거쳐 나온 통계가 아니라, 정부의 기대치를 근거로 공급물량을 잡았다는 얘기다.
주택시장 반응도 싸늘하다. 본지가 전수조사한 결과 응답한 조합의 대다수가 반대 입장을 보였다. ‘증가한 용적률의 절반은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조건에 사업성이나 주거환경 질 저하 등을 문제 삼았다. 정비업계에선 일조권 등의 문제 때문에 아파트를 50층까지 일률적으로 짓는 것 역시 현실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주택업계는 8·4공급대책의 핵심인 ‘수도권 13만2000가구 신규공급’ 가운데 공공재건축 5만가구는 제외한 뒤 공급량을 추정하고 있다. 이쯤되면 정부가 대책 발표 직후 ‘공공재개발 기부채납 비율 완화’ 카드를 꺼내 든 이유에 대해 짐작이 간다. 매번 성급한 대책 발표로, 땜질하기 바쁜 모습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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