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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익산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뒤엔 익산시의 ‘엉터리 행정’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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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비료공장에서 나온 발암물질 때문에 암이 집단으로 발병한 전북 익산시 장점마을 인근의 장고재마을. 마을 뒤로 보이는 산 아래 하늘색 건물이 발암물질을 배출한 비료공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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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가 장점마을의 집단 암 발생 원인으로 꼽히는 비료공장의 주정박(술을 만들고 남은 곡물 찌꺼기) 사용 규정을 확인하지도 않고 승인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6일 ‘익산 장점마을 집단 암 발생 사건 관련 지도·감독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장점마을에서는 마을 근처에 금강농산이라는 비료공장이 들어서고 2001~2017년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에 걸렸다. 환경부는 주민건강영향조사를 통해 장점마을에서 집단으로 암이 발생한 건 비료공장이 비료를 만들면서 연초박(담뱃잎 찌꺼기), 주정박 등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지난해 공식 발표했다. 익산지역 17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해 4월 전라북도와 익산시가 비료공장을 제대로 지도·감독하지 않아 집단으로 암이 발생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금강농산이 용도에 맞지 않게 주정박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익산시는 이를 승인했다. 금강농산은 2009년 5월 혼합유기질비료 제조공정을 신설하면서 유기질비료를 만드는 데 주정박 등을 사용하겠다며 익산시에 폐기물 재활용 변경신고를 했다. ‘비료공정규격’에 따르면 주정박 등 식물성 찌꺼기는 퇴비 연료로만 사용할 수 있고 유기질 비료 원료로는 사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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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장점마을 주민들이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KT&G타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이 집단 암 발병의 원인이라며 KT&G의 공식사과와 피해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장점마을의 암 집단 발병의 주요 원인은 인근 비료공장에서 담뱃잎을 불법으로 고온 건조하며 나온 발암물질'이라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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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익산시 A계장은 변경신고를 수리했다. 비료 담당 부서와 협의도 하지 않았고, 악취가 발생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A계장은 과장에게 “주정박 등 식물성 폐기물을 유기질비료 원료에 추가한다면 악취가 발생할 것이 예상되나, 이미 설치되어 있는 대기방지시설을 정상 가동하면 주변 주민의 악취 피해는 저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감사원은 “주정박 등 식물성 폐기물을 유기질비료의 원료로 사용한 결과, 고온건조 과정을 거치면서 대기오염물질과 악취가 지속해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다만 A계장의 징계 시효는 지났다. 감사원은 관련 내용을 익산시에 통보했다.

익산시는 또 금강농산과 같은 폐기물 처리업체를 연 2회 정기점검해야 하지만, 8년 동안 2회만 점검했다. 특히 점검에서 연초박이 퇴비가 아닌 유기질 비료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음에도 부실하게 점검했다. 익산시 주민들이 악취가 난다며 민원을 제기해도 발생 원인을 파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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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전북지부 및 관계자들이 지난달 13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에서 전북 민변 '익산 장점마을 주민소송'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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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마을 주민과 암 사망자의 상속인, 암 투병 주민 등은 지난달 전라북도와 익산시를 상대로 총 1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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