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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고양이는 안 된다던 아빠 ‘캣 대디’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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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신간 ‘나의 리틀 포레스트’

한겨레

‘나의 리틀 포레스트’는 취업준비생 캣맘 딸을 대신해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기 시작한 50대 아버지가 점차 고양이를 알아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낸 에세이다.윤의진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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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때문에 팔자에도 없는 고양이 집사가 된 아빠가 있다. ‘고알못’(고양이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아빠는 취업준비생인 큰딸의 지령을 받아 아파트 단지 안 동네 고양이에게 밥과 물을 나르기 시작했다. 연못 물 먹이면 될 것을 물까지 떠다 줘야 하냐며 투덜대던 그는 매일 오후 8시 사료와 물그릇을 나르며 점점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래그래, 배고팠지? 이리 와서 맘마 먹자’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내 입에서 ‘맘마’라는 말이 나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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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리틀 포레스트>


<히끄네 집>, <고양이 순살탱>를 펴낸 고양이 책 전문 출판사 ‘야옹서가’에서 여덟 번째 책이 출간됐다. 이번 책의 필자는 조금 색다르다. 고양이의 ‘고’자도 몰랐던 50대 후반 지은이가 ‘캣 대디’가 되고, 반려묘 ‘냥냥이’를 식구로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담백하고 진솔하게 써내려간다. 지은이 박영규는 장자와 노자를 연구한 인문학자로 대학에서 강의하며 여러 인문 철학 서적을 펴냈다.

그의 세대가 흔히 그렇듯, 저자 역시 처음엔 길고양이를 인간의 공간에 들이는 걸 반대했다. “감금의 대가로 주어지는 양육과 보호, 그리고 자유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고양이는 어떻게 할까? 나는 후자라고 믿는다.” 인위적인 양육보다 자연 속의 삶이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그도 고양이와의 동거를 시작하며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베란다 화분을 파헤치고, 가구를 발톱으로 긁는 등 이해 못 할 말썽도 고양이의 습성을 이해하고 나서는 쿨하게 보아 넘기게 된다. “야옹이가 소파에 스크래치는 남기지만 마음의 스크래치는 없애주잖아.”

지은이는 무엇보다 고양이가 물어다 준 ‘소통’에 대해 따뜻한 시선으로 적어 내려간다. 두 딸이 성장하며 데면데면하기만 했던 부녀 관계가 동네 고양이 챙기고, 반려 고양이가 생기며 대화와 공감의 물꼬가 터졌다는 것. “아내에게 큰애랑 카톡 대화 문장이 두 줄을 넘었다고 자랑삼아 말했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자기는 내가 요새 큰아이랑 안 싸우는 게 더 좋단다.”

책 제목 ‘나의 리틀 포레스트’는 고양이가 삶의 작은 오아시스가 된 지은이의 심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고양이를 돌보며 간소한 삶의 기쁨을 깨달았다”는 그는 어느새 고양이들이 사는 마곡지구 아파트 녹지를 ‘마곡묘원’이라고 이름 짓는 열혈 냥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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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의진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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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의진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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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온기를 품은 글에 색채를 더하는 것은 윤의진 작가의 고양이 색연필화다. 책은 갈피마다 윤 작가가 표현한 냥냥이와 동네 고양이들의 모습을 충분히 실어 생동감을 더했다. 동물 색연필화로 유명한 윤작가의 원화는 전시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책 출간을 기념해 서울 성북동 ‘60화랑’에서 열리는 ‘미묘한 프로젝트’ 전시에서는 윤 작가의 고양이 원화 50점이 전시된다. 8월 10일까지.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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