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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일본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하기로 사실상 결정…정부는 사흘째 원론적 대응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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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대북 선제공격 위한 ‘적기지 공격능력’ 확보 임박

자민당 “상대 영역 안에서도 탄도미사일 저지해야”

그동안 유지했던 ‘선제공격 제한’ 풀도록 제언

국방부 “일 전수방위 견지하고 있다” 미온적 대응 그쳐

일본 ‘오판’에 따라 한반도 전역 불바다 될 수도

한국 동의 없는 무력개입 없도록 전략 대화 시작해야


한겨레

2015년 10월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 모습. 이 자리에서 나카타니 겐(왼쪽) 당시 일본 방위상은 “한국의 주권이 미치는 곳은 휴전선 남부”라고 발언했다. 일본이 자국 안보를 위해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발언으로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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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북한과 중국 등 주변국의 미사일 기지 등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적기지 공격능력’을 보유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하면서, 이 결정이 향후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정세에 끼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본의 ‘오판’이나 ‘과잉대응’으로 한반도가 전쟁 위기에 빠질 수 있게 된 만큼 양국 국방 당국 간 의사소통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고노 다로 방위상은 지난 4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와 관련해 관련해 매우 주목할 만한 발언을 남겼다. 일본이 헌법 등의 제약으로 인해 그동안 보유하지 않았던 이 능력을 보유하려면 “주변국의 이해가 중요하다”는 기자 질문이 나오자, “중국이 미사일을 증강하는 상황에서 왜 그런 양해가 필요하냐”, “우리 나라 영토를 방위하는 것인데 왜 한국의 양해가 필요하냐”고 답한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사흘째 똑 부러진 입장 표명 없이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 했다. 국방부는 발언 내용이 알려진 5일 “일본 방위상의 발언은 논평할 가치가 없다“며 “한반도 유사시 대응은 한-미 동맹이 중심이 돼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답했고, 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도 ‘국방 당국 간에 외교적으로 조처를 취할 게 있냐’는 질문에 “별도로 정부가 조처를 취한 것은 없다. 다만, 일본이 평화헌법을 토대로 전수방위 기본 개념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도 같은 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국방부에서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설명한 사항이 있는 것으로 한다”며 즉답을 피해갔다.

하지만, 일본의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는 이미 피해가기 힘든 ‘기정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자민당 정책조정심의회(정조심의회)가 4일 오전 “상대국의 영역(영토) 안에서도 탄도미사일 등의 저지하는 능력을 포함해 억지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새로운 대응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정부에 제언하자, 아베 신조 총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의 NSC)에서 철저히 논의하겠다. 조언을 받아들여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신속히 실행해 갈 생각”이라고 답했다. 일본 언론들은 12월 일본 안보 전략의 큰 틀을 정하는 ‘국가안전보장전략’과 그 밑의 구체 계획인 ‘방위계획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 등을 개정할 때 관련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 전망했다.

한겨레

일본이 적기지 공격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자민당의 제언. 자민당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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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전후 75년 동안 유지해 온 ‘전수방위’ 원칙을 결정적으로 넘어서는 이번 결정을 내린 것은 ‘일본은 방어에 치중하고, 공격은 미국이 한다’는 기존 미-일 동맹의 틀을 넘어서야 할 만큼 북한과 중국·러시아 등의 미사일 위협이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자민당의 4일 제안서를 보면, 일본이 적기지 공격능력을 가져야 하는 이유로 “중국과 러시아 등은 극초음속 활공병기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북한도 저공에서 변칙적인 궤도에서 비상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미사일 발사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의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은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15 경축사)는 것뿐이다. 이를 위해선 군사 당국 간의 긴밀한 의사소통과 신뢰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 판결과 그 직후 발생한 일본 초계기의 위협 비행 문제로 군 당국 간의 감정의 골도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런 때일수록 변화하는 국제정세와 국가전략의 핵심에 관해 한일 양국의 외교·국방장관이 참여하는 2+2 형태의 전략대화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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