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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전방위 조사에 매달 한건 발표… 공정위 ‘실적쌓기’ 의심 자초 [기업 겨눈 공정위 칼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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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자료 제출까지 정밀 포착
한시적 기업집단국, 내년 재평가
정규조직화 위한 무리수 비판도
공정위 "3년간 조사한 결과물"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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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의 '칼끝'이 기업에 전방위로 향하는 모양새다. 재벌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부당이익을 샅샅이 살펴본 데 이어 최근엔 기업들의 허위자료 제출 혐의까지 정밀포착해 조사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주목할 만한 기업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가 예전에 분기별 한건 정도였다면 최근 들어 한달에 한건 정도로 부쩍 늘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들어 공정위의 조사결과 발표가 몰아치기 식으로 늘었다는 말이다. 일각에선 실적 쌓기를 위한 표적조사가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공정위는 몇년간 조사해온 결과를 비로소 정리, 발표하는 일상적인 업무일 뿐이라며 재계의 불만에 선을 그었다.

허위자료 제출 조사 강화


재계를 겨냥한 공정위의 보폭이 갈수록 넓어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 공정위는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중공업에 시정명령과 역대 최대 액수인 9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어 SPC 등 주요 대기업들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조사를 굴비 엮듯 줄줄이 진행 중이다. 나아가 허위자료 제출 문제까지 현미경으로 정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기업집단국은 하이트진로, SK, 효성, 태광 등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매년 5월 1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을 지정한다. 이를 위해 각 기업은 사전에 관련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일부 기업이 허위자료를 제출했다고 판단하고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최근 추가된 5개 계열사가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친인척 소유라 공정위에 신고해야 하지만, 2018년까지 누락해오다 공정위 지적을 받고 난 이후 2019년부터 추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광은 이호진 전 회장의 차명주식 보유에 따른 허위자료 제출 관련, SK와 효성도 지정자료 제출 과정에서 허위기재 또는 누락된 부분이 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다만 자료 누락 과정에 고의성 입증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공정위는 올해 초 네이버의 지정자료 누락 혐의와 관련해 네이버 총수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기업집단국, 내년 재평가 '긴장'


공정위의 거침없는 행보의 배경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일각에선 기업집단국이 이처럼 일처리에 속도를 내는 배경으로 기업집단국의 행정안전부 재평가 문제를 제기한다. 기업집단국은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의 일감몰아주기와 부당 지원 등을 규율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구성된 한시적 조직이다. 지난 2017년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설립해 공식 활동을 시작하면서 대기업 총수일가의 경제력 집중 문제를 감시하며 '재계 저승사자'로 불렸다.

신설 조직을 만들 때 2년간 한시조직으로 두고 행안부 평가를 거쳐야 하는 정부조직법에 따라 기업집단국은 그동안 임시조직으로 운영돼왔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진행한 성과평가에서 정규 조직으로 전환되지 못했고, 신설된 산하 4개 과에 대한 '신설기구 성과평가' 기간이 2년 더 연장됐다. 평가기간 연장의 이유는 실적 부족으로, 당시 공정위 내부에서도 "실적에 신경 써야 하는 한시조직 신분으로는 대기업 조사를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규조직화에 실패 전력이 있는 기업집단국 입장에선 재평가가 이뤄지는 2021년을 앞두고 실적에 신경 써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재평가 결과는 내년 9월 발표될 예정이다. 같은 해 6월부터 평가가 시작되기 때문에 올해 실적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기업집단국의 손이 매우 분주해졌다는 게 내부 평가다. 이전엔 이슈가 분기에 한번꼴로 있었다면 최근엔 한달에 한개꼴로 처리하는 셈이다. 다만 공정위는 재평가를 대비한 실적 채우기라는 지적을 일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보통 조사하고 결과 발표까지 3년 이상 시간이 걸리는데, 올해가 3년째이기 때문에 그동안 조사했던 사건들의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외부에서 볼 때는 재평가 때문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건이 하나둘 정리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공정위 행보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기업집단국의 행보와 관련해 한 재계관계자는 "공정위가 오랫동안 조사하던 일도 최근에서야 우르르 결과를 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미 예전 일을, 또 규제 대상이 아닌 기업이거나 입증이 미지수인 건들까지 들추는 것을 보니 기업은 항상 긴장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 기업 대표는 "공정위가 타깃을 정하고 조사를 시작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검찰로 넘어갈 경우 불기소 처분되는 건도 많은데, 한번 공정위 건으로 기업 이미지가 나빠지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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