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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을 위해, 공동체가 살아 있는 여주를 향해 여주시장 이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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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는 나 자체라고 말하는 이항진 시장.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일을 하고 싶고 그 중심은 사람이라 말한다. 행정의 중심이자 대상은 반드시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가 민선7기 2주년을 맞아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갈 여주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했다.

한겨레

이항진 여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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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의 캐치프레이즈는 ‘사람 중심 행복 여주’입니다. 그 의미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국민 중심도, 시민 중심도 아닌 ‘사람 중심’ 그 자체를 말합니다. 사람을 중심으로 그 어떤 나뉨도 없다는 의미이며 여주 시민에 국한하지 않고 여주에 들어온 사람은 모두 대상이 됩니다. 사람 중심 외에도 권력 중심, 돈 중심, 제도 중심, 행정 중심 등 다양한 중심이 존재합니다만 그것은 수단입니다. 목표는 반드시 사람으로 귀결되어야 합니다.

사람이 목표인 일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될 때가 있습니다. 목표와 수단이 전도되는 현상이 벌어지곤 해요.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자주 말합니다. ‘일했다’ 말하지 말고 일을 해라. 예를 들어 ‘청소했어요’라고 말하지 말고 쓰레기를 만들지 말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라고요. 우리가 목표로 하는 일을 사람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행복 여주’는 공간의 개념이에요. 공간과 시간과 주체가 어우러져야 합니다. 공간은 여주, 주체는 사람, 여주에 있는 사람이 실현해야 할 것은 행복이라는 의미의 통합적 표현입니다. 법과 제도는 사람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죠. 북극성을 알면 기준 삼아 길을 찾아가듯이 근본을 알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알 수 있어요. 사람 중심 행복 여주란 사람의 의미, 공간과 목표를 의미합니다. 공직자들이 이 캐치프레이즈를 이해한다면 우리에게 부여된 바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겠지요.

공적의무에 관해 말씀하신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공적의무란 무엇인가요?

공동의 선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공동의 요구사항이 표현된 것이 제도지요. 제도란 발현된 이유를 논의하고 논의한 것을 권한 있는 자가 실행하도록 힘을 부여한 것입니다. 시장은 제도를 사용하라고 힘을 받은 자입니다. 이 세상에서 권력의 형태는 두 가지예요. 선출에 의한 행정 권력과 법 권력이지요. 법 권력은 경찰이나 검찰 등을 통틀어 지칭합니다. 법 권력은 과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행정 권력은 현재 시점에서 미래를 향하고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그 기준은 과거의 어떤 사회적 합의를 근거로 합니다. 하지만 과거는 아니지요. 과거에 기준을 두면 현재 또는 미래 목표를 행정에 명확하게 반영할 수 없어요. 과거가 근본이긴 하지만 전체는 아닌 것이죠. 과거나 미래 사이 그 중간에 있는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이것이 행정의 딜레마며 흥미 있는 점이고 역동성일 수 있습니다. 동시에 공동이 요구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선거를 통해 행정 권력을 받았고 미래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현재로부터 출발해서 공공선을 실현해가는 것, 그것이 공적의무입니다.

여주다운 도시 개발, 정주 인구보다 유동인구 증가 전략을 펴겠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정책인가요?

여주답다는 것은 공간으로서의 여주를 의미합니다. 여주에는 여강이 있습니다. 여강을 도시 발전 기반으로 삼는 친수기반형 도시 재생 벨트를 조성할 예정입니다. 구도심과 강북 오학동을 문화예술교와 출렁다리로 이으면 강남과 강북의 자연스러운 교류를 통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습니다. 역세권과 신도시 개발 그리고 행정타운 건립 등으로 도시 팽창이 아니라 여주만의 차별화된 도시 재생을 추구하려 합니다.

여주 인구가 12만 정도입니다. 총인구 중에 65세 이상의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가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은 고령 사회, 20% 이상은 초고령화 사회라고 하죠. 면 단위에서 우리 여주는 30% 이상입니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어요. 정주 인구를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적합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문화유적, 환경유적 등 필요에 의해서 움직입니다. 그렇다면 필요를 만들어주면 됩니다. 만남에서 비즈니스가 만들어지는 건 세상의 기본 원리입니다. 필요의 교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유동인구 증가 전략입니다. 유동인구가 증가하면 정주 인구 증가 환경도 저절로 만들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친수기반형이 하드웨어라면 사람 중심 행복 여주는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엔 하드웨어도 필요하고 소프트웨어도 필요한 것이죠. 통합적으로 함께 가야 하는 정책입니다.

한겨레

이항진 여주시장


정책을 고민하며 세계 다른 도시 사례도 연구할 것 같은데요, 주목하며 참고하시는 사례가 있을까요?

지난해 행복의 나라로 알려진 부탄을 다녀왔습니다. 1729년에 만들어진 부탄 법전에 이런 조항이 있습니다. “백성을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부탄에서 경제 발전은 국민 행복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합니다. 새로운 정책을 입안할 때 우리가 환경영향평가를 하듯 부탄은 ‘행복영향평가’를 합니다. 부탄은 1인당 국민소득이 대한한국의 1/10에 불과하고 국토는 1/3정도인 나라입니다. 대한민국 10%의 부를 가지고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대한민국은 10배 수준의 교육과 의료를 제공할 수 있겠죠. 그런데 우리는 왜 안 될까를 고민하다 보면 행정의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부의 총량이 아니라 이제는 사회적 인식의 총량, 함께하겠다는 의지의 총량, 협업의 총량, 다른 사람의 배려와 이해 사랑 관계망의 총량이 삶의 질을 좌우할 것입니다.

함께, 협업, 배려와 이해, 사랑, 관계망이란 단어들이 흥미롭습니다.

요즘은 딸기도 기계가 따고 청소기도 삑 하고 버튼을 누르면 기계가 다 알아서 합니다. 인간이 육체노동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기술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죠. 그 다음은 인식이 높아지고 관계망이 높아지는 단계로 가야 합니다. 그것이 안 되면 사람의 마음이 힘들고 외로워집니다. 관계망도 세계화잖아요. 제도가 거대화되고 사회화될수록 인간적인 어떤 측면에서 발생되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또 하나는 내가 직접 대면하지 않았지만 관계망 속에 있는 사람들을 감각해야 합니다. 인간적 감수성이 섬세하고 풍부해져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 모든 미래를 관통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기술과 물질이 개인을 넘어 사회화, 세계화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에 걸맞게 개인들이 어떤 형태로든 고통을 당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공동체가 살아 있는 여주, 지속가능한 여주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말씀하셨습니다. 꿈의 실현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읍면동 단위를 다닙니다. 예전에는 가족이 다섯, 여섯, 많으면 열 정도였죠. 지금은 둘, 하나, 아이가 있어야 셋, 넷입니다. 그것도 중고교까지죠. 대학생이 되면 집을 떠나는 인구가 많으니까요. 가족 공동체가 흩어졌기에 사회적 공동체를 통해 행복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제는 인류역사학적으로 볼 때 인간은 공동체 속에서 삶을 영위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1953년 통계와 지금을 비교하면 사회적 부의 축적은 3만 배가 차이 나요. 3만 배 가난했을 때도 우린 행복했는데, 그때는 가족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마을 공동체가 우릴 지켜줬기 때문이에요. 현재 힘든 것은 가족 공동체가 해체되며 새로운 공동체가 형성되지 않는 것입니다. 어떠한 형태든 공동체를 형성하면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공동체가 머물 수 있게 돕는 것입니다. 그것이 면복합화, 학교복합화, 시설복합화 작업이에요. 학교 시설을 주민이 쓰고 사회적 시설을 학교가 쓸 수 있게 공간을 묶어주는 것이죠. 이것을 토대로 교육공동체, 사회공동체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또 범위를 넓혀 마을공동체, 면공동체, 시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1318 여성청소년 위생용품을 지원하는 안다미로 사업이 시작되었고 농민수당지급 사업도 곧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시정 철학과도 맞닿아 있는데 여주시 복지정책의 큰 방향은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불평등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힘의 불균형, 부의 불균형을 사회라는 틀 안에서 공적인 힘으로 개선할 겁니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밥을 주고 아픈 사람은 치료해주는 거죠. 집을 줄 순 없지만 공동의 거주공간을 마련해 살 수 있게 해주는 거죠. 필요한 것을 주는 것이 복지지만 그 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배고프지 않게 아프지 않게 살펴주는 것이에요. 공적인 자본으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의지의 문제고, 시민들과 합의하는 것은 신뢰의 문제며,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정책 설계는 기술의 문제입니다. 여주시는 공공의 선을 실현하기 위해 시민과 소통하며 전문가들과 연구하면서 불평등을 개선하는 정책을 하나씩 만들어갈 겁니다.

한겨레

이항진 여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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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사회에 미친 영향이 큽니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무엇이 달라졌고 행정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우리의 삶이 모든 세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죠. 그리고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어요. 우리가 생활 속 거리 두기를 하고 있잖아요. 나 자신과 대화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고 타인이 곧 자신이라는 존중, 그리고 자연에 대한 존중이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행정적으로는 최악의 상태를 고려한 시스템을 짜고 있습니다. 원격으로 업무가 가능한지, 시민과 소통하는 것이 가능한지 살펴야죠. 또 시민들에게 위험이 닥칠 경우 그분들이 최소한으로 생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해야 합니다. 의료와 생활 모두를 포함합니다. 그리고 행정 단위를 읍면동 단위로 쪼개고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고, 생활에서 연습해야 합니다. 언컨택트 시대라고 하는데 적정한 연결이 무엇인지 직시해야 합니다. 언컨택트는 과잉에 관한 것이지 관계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과도한 연결은 과도한 피해를 줍니다. 마을 단위로 연결하고 본능의 단위만큼 연결하면 안전할 것입니다. 여주시가 읍면동 단위로 쪼개고 이장님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요즘 새롭게 사유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자기철학과 시대정신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타인이 아닌 진짜 자아를 찾는 것이 자기철학이고 시대정신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 시대 속에서 나는 어떠한 입장을 가질 것인가를 고민하는 거죠. 지역화폐와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지원금 지급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국가적 어려움이 닥치면 사적인 자본에 다 맡길 수 없지요. 사회적 경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행정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가 고민입니다.

글 이은정 ● 사진 손홍주

이은정 MODU 객원기자 modu@modu1318.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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