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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닥터 비키니 시위' 왜?…"옷으로 나를 판단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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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비키니 사진 올린 사람, 비전문적" 논문

女의료진, SNS서 '메드비키니(#medbikini)' 분노

2월 영국서는 드레스 입은 의원 논란 불거져

원피스 입은 류호정 의원에도 누리꾼 악플 세례

뉴시스

[서울=뉴시스] 이번 주 인스타그램에서는 비키니를 입은 채 피투성이가 된 환자를 치료하는 '닥터 비키니'의 사진이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202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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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이번 주 인스타그램에서는 비키니를 입은 채 피투성이가 된 환자를 치료하는 '닥터 비키니'의 사진이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사진의 주인공은 미국 하와이의 의사 캔디스 미어. 그는 2013년 11월 서핑을 하던 중 약 7m짜리 서핑보드에 대퇴와 두부를 크게 다친 남성을 발견했다. 비키니를 입은 채 그를 병원으로 이송한 미어 박사는 그대로 수술실까지 동행했다. 미어 박사의 이야기는 2014년 TV에도 방영됐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미어 박사는 5일(현지시간)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비키니 입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하는 의료진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논문에 항의하기 위해 이같은 이미지를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미어 박사는 "이런 성차별적인 연구가 당초 승인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수치스럽다"며 "전문의의 사생활을 대제 누가 신경 쓴단 말인가? 의료인이 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생활의 행복은 포기해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미어 박사가 언급한 논문은 미국 혈관외과 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에 실린 '젊은 혈관 외과 의료진 사이에서의 비전문적인 소셜 미디어 콘텐츠 확산'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연구팀은 해당 논문에서 비키니는 물론 화려한 드레스 등 '부적절하거나 불괘한 복장'을 개인 SNS에 올리는 의료진은 술을 들고 있거나 취한 얼굴을 게시한 의료진만큼이나 '비전문적이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환자는 의사를 선택하기 전 그들의 SNS를 참고하라고 조언했다. 2019년 12월 온라인에 발표된 이 논문은 8월 혈관외과 학회지에 실리며 대중에게도 알려졌다.

학회지에 논문이 발표되자 여성 의료진의 격렬한 반발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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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트레이시 브레이빈 의원이 지난 2월4일 어깨가 드러난 의상을 입은 채 의회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영국 하원 홈페이지 캡처) 202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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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는 여성 의사와 의과대학 학생들이 비키니를 입고 찍은 사진과 '메드비키니(#medbikini)' 해시태그가 연달아 이어졌다.

사태가 커지자 혈관외과 학회는 지난달 25일 트위터에 "의식적·무의식적 편견이 반영돼 연구 설계에 오류가 있었다"고 사과하며 해당 논문의 승인을 철회했다.

미어 박사는 "그날 나는 근무하는 날이 아니었지만 비키니를 입고 바다에서 인근 섬으로, 하와이 본토의 병원으로 환자를 돌봤다"며 "우리는 비키니, 원피스, 수술복 무엇이든 입을 수 있다. 이같은 의상은 우리가 얼마나 좋은 의료인인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학계에서의 성차별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그 차별이 우리를 멈추게 하진 않을 것이다"고 인스타그램에 썼다.

전문집단에서 여성의 의상은 종종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미얀마에서는 SNS에 비키니 차림의 사진을 게시한 여성 의사 낭 음웨 산(30)의 의사면허가 박탈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올해 2월 영국에서는 한쪽 어깨를 드러낸 의상을 입고 국회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한 트레이시 브레이빈 노동당 의원을 향해 "신뢰할 수 없는 의상" "술에 취했냐"는 막말이 이어지며 수주 째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원피스 차림으로 등원한 뒤 누리꾼들의 성희롱과 인신공격이 쏟아지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6일 페이스북에 "국회의원들이 저마다 개성 있는 모습으로 의정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며 "다양한 시민의 모습을 닮은 국회가 더 많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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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 원피스 차림으로 등장한 것을 두고 5일 온라인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류 의원은 논란과 관련해 “국회의 권위가 영원히 양복으로 세워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 후 본회의장을 나가는 류호정 의원. 2020.08.05. bluesod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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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언론 뉴시스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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