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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자동차회사’ 포드, 대출로 돈 더 벌었다는데… [책을 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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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가치의 모든 것/마리아나 마추카토/민음사


미국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들은 그동안 자본주의의 새로운 동력으로 추앙받았다. 기업의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경제의 활력을 가져오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일부 기업의 막대한 이윤과 시장점유율은 그들이 창조하는 가치에 비해 과도해졌다. 인터넷, GPS, 터치스크린 등의 기술은 미국 국방부와 CIA의 지원을 받아 개발됐으나 대부분의 이득을 가져가는 것은 기업이다. 신약 개발 과정에도 공공기관의 지원이 들어가지만 특허로 보호받는 독점적 수익은 제약회사들의 몫이다. 제약회사들이 매기는 터무니없는 약값은 일반 대중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리스크는 사회화되고 보상은 사유화되는' 혁신의 모순적인 측면을 가져온다.

한편 실물 경제가 금융화되면서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로 가치를 창조하기보다 '금융화'를 통해 수익을 올리려는 모습도 보인다. 일례로 2000년대 포드자동차 미국 법인은 자동차를 팔아서 번 수익보다 자동차 대출 상품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더 많았다.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투자하는 대신 자사주 매입을 통한 성과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 또한 금융화의 한 단면이다.

그간 경제활동에서 '부'는 높은 가치를 창출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현대 자본주의는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보다 가치를 '착취'하는 활동에 더 큰 보상을 가져다 주고 있다고 영국 경제학자 마리아나 마추카토는 이 책을 통해 지적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오랫동안 경제학의 핵심이었으나 최근 논의의 장에서 사라졌던 '가치'의 개념을 재조명하며 새로운 공생의 자본주의 시대를 열기 위해 참된 가치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삶을 개선하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보다는 재무상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치중한다고 평하며 기업의 금융화가 가치 착취를 크게 심화시키고 불평등을 강화했다고 역설한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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