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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침몰 경찰정 구조 보트·행정선 뒤집혀… 댐 수문 빨려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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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암댐 선박 전복 참사 순간

오전 11시30분 북한강 상류서 수질 정화용 수초섬 고정 작업

경찰정 뒷부분부터 침몰 시작… 민간·행정선 구조 나섰다 참변

세계일보

6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팔당댐에서 경찰들이 춘천 의암댐 선박 전복 사고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났습니다.” 6일 강원 춘천시 서면 의암댐에서 발생한 선박 전복 사고의 목격자인 20대 남성 A씨는 “물살이 심해 수초섬 결박을 포기하고 철수하던 중 사고가 일어났다”고 전했다. A씨는 이날 동료 2명과 함께 ‘인공 수초섬’ 고정 작업을 진행했다. 이들은 의암호 수질정화를 위해 설치해 놓은 대형 수초섬이 댐 방류의 영향으로 떠내려가자 이를 포박하는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수초섬 결박에 한 차례 성공했으나 물살이 강해 결박 장치가 끊어지자 철수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복사고는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북한강 상류인 의암댐 상부 500 지점에서 발생했다. A씨 등 목격자들에 따르면 수초섬 고정작업 지원을 하던 경찰정이 댐 주변 와이어에 걸려 뒷부분부터 침몰하기 시작했다. 이를 본 민간인과 춘천시청 공무원, 시청 기간제 근로자가 탄 고무 보트와 행정선이 구조에 나섰다가 잇따라 전복됐다. 사고 직후 선박들은 폭 13의 의암댐 6번 수문을 통해 하류로 휩쓸렸다.

선박 3척(경찰정 2명, 고무보트 1명, 행정선 5명)에는 모두 8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 중 경찰관과 함께 경찰정에 탔던 작업자 1명은 가까스로 탈출했다. 옛 백양리역 인근 지역의 주민은 ‘악’ 하는 비명이 들려 고개를 돌리자 한 사람이 부유물을 잡고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며 떠내려갔다고 전했다. 이 주민이 신고를 하는 몇 초 사이 구조 요청자가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실종자 7명 중 1명은 하류 춘성대교에서 구조되고,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소방당국은 춘천시 남면 서천리 경강교 인근에 긴급구조통제단을 설치하고 사고수습 중이다.

한편 밤새 경기도에 100㎜의 장대비가 쏟아지는 등 세찬 비가 내리면서 전국 곳곳에서 산사태와 도로 침수 등의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경기 지역에는 앞으로도 사흘간 200㎜가 넘는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추가 피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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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강원 춘천시 의암댐에서 경찰선과 행정선, 고무보트 등 3척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행한 가운데 떠내려온 수초섬이 의암댐 인근 신연교에 걸려 있다. 뉴스1


기상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경기도에는 평균 99㎜의 비가 내렸다. 지역별 강수량은 화성이 139.5㎜로 가장 많았고 △군포 126㎜, △광주 124㎜ △용인 99㎜ △수원 96.5㎜ △의왕 96.2㎜ △안양 96㎜ 등으로 집계됐다. 짧은 시간에 거센 비가 쏟아지면서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의 한 골프장 클럽하우스 장비실에 토사가 들이닥쳐 근로자 10여명 중 3명이 매몰됐다가 1시간여 만에 구조되기도 했다.

계속되는 비로 임진강 수위는 최고 기록을 넘었다. 임진강 비룡대교 수위는 전날 오후 10시20분 12.64m로 기존 최고 기록 11.76m를 넘었다. 경기도에는 7일 50∼100㎜, 8일 100∼20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돼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 가평군 북한강에 있는 ‘축제의 섬’인 자라섬도 이날 새벽 모습을 감췄다. 전날 소양감댐 방류로 쏟아져나온 물로 북한강 수위가 상승하면서 물에 잠긴 것이다. 최근 며칠간 가평에 많은 비가 내린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라섬 침수는 2016년에 이어 4년 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라섬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던 주민이 119구조대의 도움으로 섬을 빠져나오는 일도 있었다. 그는 전날 오후 8시쯤 자라섬 잔디광장에서 잠이 들었고, 물이 불어나면서 고립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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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중부지방 집중 호우로 통제 중인 한강철교 인근 올림픽대로 모습. 팔당댐과 소양강댐 방류로 한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서울 주요 도로가 통제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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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로 팔당댐과 소양강댐 방류량이 늘면서 한강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6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산책로가 물에 잠겨 있다. 뉴시스


환경부 한강홍수통제소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한강대교 지점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서울의 한강 수위를 대표하는 이 지점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된 것은 2011년 7월 이후 9년 만이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시내 모든 한강공원의 진입을 통제했다.

충남 지역에는 비바람이 불어닥치면서 어선이 뒤집히고 도로가 유실됐다. 이날 오전 5시쯤 태안군 고남면 가경주항에 정박 중이던 소형 어선 10여척이 강한 바람과 파도를 맞고 뒤집혔고, 일부는 정박 줄이 끊겨 먼바다 쪽으로 떠밀려갔다. 안면읍 백사장항 해수욕장에서는 너울성 파도가 캠핑장으로 넘쳐 들어와 야영객 2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해안과 캠핑장 사이 방파제 10여m도 무너졌다.

춘천=박연직 기자,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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