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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질산암모늄, 대규모 폭발사고·테러 악용 빈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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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성 물질 닿으면 쉽게 폭발

獨 등 비료공장 폭발 대참사도

값싸고 구입 쉬워 테러에 사용

세계일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4일(현지시간) 두 차례 대규모 폭발이 발생한 후 처참하게 변한 현장 모습. 베이루트=AP연합뉴스


베이루트 대형 폭발 참사 원인으로 추정되는 질산암모늄(ammonium nitrate)은 과거 대규모 폭발 사고와 테러 등의 주원료로 자주 지목됐다.

질산암모늄은 주로 암모니아와 질산을 반응시켜 인위적으로 얻는데, 제조비용이 낮아 비료로 많이 활용된다. 하지만 고온 및 밀폐용기에 보관하거나 가연성 물질과 닿으면 쉽게 폭발해 대다수 국가는 질산암모늄 보관 환경을 규제하고 있다.

6일 이코노미스트 등에 따르면 20세기 이후 질산암모늄으로 인한 치명적인 폭발 사고 중 하나는 1921년 독일 오파우 지역에 있는 비료공장에서 발생했다. 공장 창고에 보관 중인 질산암모늄이 폭발해 560여명이 사망하고 2000여명이 다쳤다. 사고는 비료 제조를 위해 굳어 있던 질산암모늄을 분해하려 소량의 다이너마이트로 폭발시키는 일상적인 작업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 폭발로 폭 125m, 깊이 19m의 분화구가 생겼고, 오파우에 있는 약 80%의 건물이 파괴돼 6500명이 집을 잃었다. 이 폭발은 300㎞ 이상 떨어진 뮌헨과 프랑스 북동부 지역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고, 트라이나이트로톨루엔(TNT) 폭약 1000∼2000t이 폭발하는 위력과 맞먹는 것으로 추정됐다.

1947년 미국 텍사스에서는 2300t의 비료를 실은 운반선에 불이 나 폭발이 발생해 500여명이 사망했다. 이 폭발로 2.6㎞ 떨어진 곳에 있던 선박의 1.5t에 달하는 닻이 흔들릴 정도였다. 미국은 이 사고 이후 화학 물질의 제조 및 운송에 대한 규정을 제정했다.

이란에서는 2004년 질산암모늄이 포함된 화학물질을 운반하던 화물열차가 폭발해 300여명이 사망하고 주변 마을이 파괴됐다. 2015년 중국 톈진에서도 질산암모늄을 포함한 화학물질이 폭발하면서 시민과 소방관 등 173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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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대폭발 현장에서 경찰과 감식반원들이 원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베이루트=AFP연합뉴스


값싸고 구하기 쉬운 질산암모늄 특성상 폭탄 제조에도 쓰인다. 1995년 168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정부건물 폭탄 테러, 1996년 200명이 다친 북아일랜드 무장조직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영국 맨체스터 테러 등에도 질산암모늄이 포함된 폭탄이 사용됐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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