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서울대 음대 내 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 김서정 위원장 [못다 한 이야기- #WITH YOU]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서울대학교 음대 내 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 학생들이 지난 7월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반복되는 교수 권력형 성폭력·갑질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학 내 성폭력 문제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교수의 막강한 권력에 기반한 위계질서는 끊임없이 대학 내 성폭력 문제를 야기했다. 서울대 내에서는 최근 서어서문학과에 이어 음악대학 교수 성폭력 의혹이 제기되며 교내 성폭력 근절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대 음대 내 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 학생들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위드유(With you·당신과 함께)’ 목소리를 내며 교내 성폭력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대응특위 김서정 위원장의 이야기를 지난달 30일 직접 들어봤다.

-대학 사회 내에서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학생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얘기해왔듯 교수·학생 위계질서 속에서 교수가 너무나 막강한 위력 갖고 있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서울대 음대 B교수 사건의 경우, 예술대학의 특수성도 있습니다. 예술대는 다른 전공보다 좀 더 폐쇄적 구조인데다 교수들이 학생들 진로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많이 관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죠. 이로 인해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더욱 취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교수 라인 같은 것도 다른 전공에서보다도 예술계 쪽에선 더 뚜렷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것도 문제예요. 덧붙여, 지금껏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사항인 ‘징계위원회 학생 참여’도 꼭 필요합니다. 교수가 학생을 상대로 잘못을 저질러도 징계위원회에 학생이 참가하지 못해 ‘깜깜이 징계’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수 사회를 공고히 하는 원인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대학 내 성폭력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학생들이 원하는 만큼의 처분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서울대 교수 성폭력 사건 이후에 가해자 교수의 사과가 있었나요?

“공식적으로 사과한 것은 없습니다. B 교수의 경우 사건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있다고 들었고요. C교수는 아직 인권센터에 제소된지가 한 달 밖에 안 됐고 가해자 상담은 진행되지도 않았습니다. 검찰수사도 진척이 없습니다. C교수 스스로 어떻게 얘기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공식적으로 사과한 바는 없습니다.”

-피해자 분들 위한 피해 회복의 과정이 아직까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 같은데, 피해 발생 이후로 피해자 분들은 어떤 어려움 겪고 계신지요?

“아무래도 2차 가해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B교수 사건의 경우 피해자를 학문 공동체에서 배제시킬 정도로 주변에서 따돌리고 2차 가해를 했습니다. 가해 교수가 연구실 사람들에게 피해자에 대해 얘기하며 ‘이게 나에게는 작은 흠일 뿐이겠지만 피해자 본인은 인생을 걸어야할 것’이라며 위협하듯 말하고 앞으로의 진로를 방해하겠다고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C교수 사건의 경우에도 피해자분이 심각한 2차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고발 이후에 원래 예정돼있던 연주회가 캔슬되기도 했고요. 피해자가 스스로 “나는 매장되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2차 가해가 심한 상황입니다.”

-일반 미투와 교내 미투의 경우 다른 특수성 있을 것 같습니다. 교내 위계 문제 해결 위해 어떤 장치나 제도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일단 교원징계위가 좀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이뤄지는게 필요합니다. 과거 어떤 사건으로 저희 학교 내에서 교원징계위 열렸을 때 가해 교수와 가까운 사이인 사람이 징계위원이 될 뻔한 정황도 있었습니다. 교원 징계위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지 문제 해결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계일보

서울대학교 음대 내 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 학생들이 지난 7월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반복되는 교수 권력형 성폭력·갑질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피해자분들이 피해 사실 밝힌 이후에 더 나은 삶을 살게 돼야 맞는데 지금 상황으로선 그 부분이 잘 안되는 듯 합니다. 피해자들이 삶을 회복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떤 관심이나 도움움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게 큰 상처가 되고 있어 이 부분을 개선해야 합니다. 피해 당한 사람답게 우울해 보여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있죠. 주변인들이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거 아니냐?”라고 말하거나 가해 교수 편에 서서 피해자를 배제시키는 등 피해자가 성폭력 기억으로 인한 상처 외에 추가적으로 고통 받는 일이 많습니다. 이런 2차 피해가 덜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또 예술계 특성을 고려해본다면 예술이란 것 자체가 평가하기에 굉장히 비정량적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더 가중되지 않나 생각도 듭니다. 이걸 어떻게 보완해야 될지는 앞으로 학교에 면담 통해서나 여러가지 거치면서 같이 의논해 봐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교수가 너무 막강한 권력 쥐고 있다는 자체가 이 모든 것의 시발점이라 생각합니다. 교원 징계위에 학생을 참여시키거나 교수 사회가 모든 걸 투명하게 공개를 할 필요가 있어요.”

-사람들이 연대의 목소리를 내주는게 피해자들에게 힘이 될까요.

“아무래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7월 말, 학생들이 서울대입구역까지 행진하며 했던 서울대 교수 성폭력 규탄 긴급행동에서도 피해자분이 굉장히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대학 내 위계에 의한 성폭력 문제가 비단 서울대만의 문제도 아니고 음대만의 문제도 아니고 여러 곳에 상존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모든 학교와 단체들이 연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