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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사설] 北 댐 무단방류에도 대북 지원한다니 제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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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6일 오전 경기도 연천군 군남댐에서 장맛비와 북한 황강댐 방류로 인한 임진강 홍수를 조절하기 위해 물이 방류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어제 북한의 임진강 상류 황강댐 무단방류에 대해 “최소한 우리 측에 사전 통보를 했어야 한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긴급대피명령이 내려지는 등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세 차례 황강댐 수문을 열어 방류했다. 연천·파주 등 임진강 주변 경기 북부지역은 북한의 황강댐 무단방류로 침수 피해가 커지고 있어 비상이 걸린 상태다. 정부는 이들 지역의 위기대응 단계를 최고로 격상하고,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북한이 입을 다물고 있는 현재로선 무단 방류한 이유를 알 수 없다. 홍수 예방을 위한 저수량 조절 차원일 가능성이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임진강 수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황강댐 수문을 열어젖히면 하류에 물난리가 날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아무런 예고 없이 물을 흘려보낸 건 남북합의 위반이자 같은 민족에 대한 비인도적인 처사다. 실제로 북한의 황강댐 무단방류로 2009년 9월 연천에서 야영객 6명이 숨진 사례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그해 10월 임진강 수해방지 관련 남북 실무회담에서 북측이 황강댐 방류 때 우리 측에 사전 통보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에 슬그머니 수문을 열고도 사과는커녕 해명 한마디 없다.

이번 사태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과 관련된 중대한 사안이다. ‘유감 표명’ 정도로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북한에 책임을 묻고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정부의 대응은 거꾸로다. 통일부는 어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영유아·여성 지원사업’에 1000만달러(약 120억원)를 지원하는 안을 의결했다. 민간 차원의 남북 물물교환 반·출입 승인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게다가 정부·여당은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거나 대북 확성기를 사용해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면 3년 이하 징역 등에 처하는 내용의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어떻게든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남북협력사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도 무단방류를 해도 정부의 ‘북한 짝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국민 안전이나 국가 위신보다 북한 심기를 살피는 게 더 중요한 모양이다. 이러니 북한이 우리를 우습게 알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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