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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수초섬’이 뭐라고… 폭우 속 작업이 부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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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수초섬 소양강댐 방류에 유실… 강가에 고정하려다 사고 발생

세계일보

6일 오후 경기 가평군 남이섬 선착장 인근 북한강에서 119 대원들이 의암댐 선박 침몰 사고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초섬이 뭐라고...장맛비 속에 그걸 지키려다가 귀한 목숨을 잃다니...”

6일 오전 강원 춘천시 의암댐에서 민간 고무보트와 행정선 등 선박 3척이 전복되면서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되는 사고는 대형 수초섬을 지키려는 작업 과정에서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들 선박은 폭우로 떠내려가는 인공 수초섬을 강가에 고정하는 작업을 하려다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인공수초섬은 지난 6월 의암호 수질개선과 생태계 복원 등을 위해 춘천시가 설치했다. 의암호는 북한강 상류에 있다. 도심 하천인 공지천 등의 물이 수도권 상수원인 팔당호로 흘러간다. 그러나 비점 오염원 유입, 물흐름 정체 등으로 여름철이면 녹조 발생이 빈번하다.이런 문제를 해소하고자 친환경 틀에 수질 정화 식물을 심어 물에 띄우는 것이 인공 수초섬이다.

수초섬은 수위변동에 관계없이 수면에 떠 있고,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닻으로 고정하고 있다. 당초 수초섬은 사고지점에서 13㎞ 정도 상류쪽에 위치한 춘천 중도 선착장 인근에 설치돼 있었지만, 사고 발생 20여분 전인 이날 오전 10시 45분쯤 불어난 물과 댐 방류로 인해 하류에 있는 의암댐 방향으로 떠내려가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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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강원 춘천시 서면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뒤집힌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이 급류를 타고 수문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공 수초섬은 2700여㎡ 규모다. 춘천시는 한강수계관리기금 10억원 등 총사업비 14억5000만원을 들여 기존 인공 수초섬을 보수·확장하는 사업을 지난해 말 착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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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제작한 하트 모양의 인공 수초섬 모습. 연합뉴스


춘천시가 25년 만에 바꾼 도시브랜드인 하트 모양으로 새로 만든 인공 수초섬이 소양강댐 방류로 생긴 거센 물살을 견디지 못하고 계류장소에서 유실돼 하류인 의암댐 방향으로 떠내려갔다. 이를 강가에 고정하려다 한 차례 실패하고 철수하는 순간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는 6일 오전 11시 30분쯤 강원 춘천시 서면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발생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 45분쯤 옛 중도 배터 선착장 인근에 설치된 인공 수초섬이 최근 내린 폭우로 댐이 방류를 해 물살이 거세지면서 떠내려갔다. 이에 수초섬을 관리하는 민간 업체와 행정선이 출동해 수초섬 고박 작업을 하려다가 실패했다.

이어 오전 11시 2분쯤 춘천시청 환경과에서 인공 수초섬이 떠내려간다는 신고가119에 접수됐고, 경찰도 공동대응 차원에서 경찰정을 출동시켰다.

하지만 급류가 강해 고박 작업을 중단하고 철수하는 과정에서 고무보트가 전복됐고 이를 구조하려던 경찰선이 댐을 가로질러 설치돼 있던 와이어(수상통제선)에 걸려 전복된 데 이어 나머지 선박도 와이어에 걸리면서 한꺼번에 침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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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떠내려온 수초섬이 의암댐 인근 신연교에 걸려 있다. 연합뉴스


폭우로 떠내려가는 수초섬을 고정하기 위해 행정선과 민간 업체가 출동했으며 1차 고박 작업에 실패한 뒤 경찰정이 추가 투입된 협력 작업에도 고박에 실패하고 철수하는 과정에서 의암댐에서 500m 상부 지점에 설치된 와이어에 걸려 선박 3대가 동시에 전복된 것이다. 와이어는 보트 등의 댐 접근을 막거나 방류 시 보트 등이 물살에 떠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댐으로부터 500여m 상류 지점 수면 위에 강을 가로질러 설치한 접근 한계선이다.

경찰정에는 이모(55) 경위 등 2명이 타고 있었고, 고무보트에는 민간 업체 직원김모(47)씨, 행정선에는 황모(57)씨등 시청 기간제 근로자 등 모두 8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 선박에 타고 있던 이모(69)씨는 이날 낮 12시 58분쯤 사고가 난 의암댐에서 20㎞가량 떨어진 남이섬 선착장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또 곽모(69)씨는 사고 지점에서 13㎞ 하류인 춘성대교 인근에서 구조돼 강원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한편 사고 선박 실종자들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이 이날 오후 6시 30분쯤 일몰로 종료됐다. 관계 당국은 오는 7일 오전 일출 이후 수색 작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이날 수색 작업에는 소방과 경찰 등 835명과 헬기 7대 및 드론, 구명보트 등 장비 100대가 투입됐다.

박연직 선임기자 repo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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