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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그 영화 이 장면] 비바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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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형석 영화평론가


‘부동산 패닉’ 시대에 봐야 할 영화가 있다면 무엇일까? 로칸 피네건 감독의 ‘비바리움’을 추천한다. 아니다. 이 영화는 단지 부동산에 머물지 않고, 자본주의 파산 시대에 산산이 조각나버리는 소시민의 욕망을 담은 영화일지도, 혹은 인간 실존의 위기까지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집이라는 지옥’에 대해 이 영화처럼 섬뜩하게 보여주는 영화는 많지 않다.

톰(제시 아이젠버그)과 젬마(이모겐 푸츠)는 집을 구하러 다니는 커플이다. 이때 우연히 욘더 타운이라는 곳을 가보게 된다. 정갈한 톤의 주택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그곳. 그런데 그들은 그곳에서 나오는 출구를 찾지 못하고, 결국은 감금당하듯 그곳에서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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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바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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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리움’의 집이 무서운 건, 사람이 지은 집 같지 않다는 느낌 때문이다. ‘Ctrl V’로 붙여넣은 듯 무한 증식된 수많은 집. 9번 집을 할당받은 톰과 제시는 그 안에서 획일적인 노동과 소비를 반복하면서 시들어간다. 그들에게 집은 언제라도 떠나야 하는, 정서적인 유대감을 가질 수 없는, 껍데기뿐인 공간이다. SF 장르지만 이 영화는 미래가 아닌 현재의 모습을 울림 있게 담아낸다.

지금 한껏 치솟은 아파트 가격은 진정 그 집의 가치인가, 아니면 허울뿐인 숫자의 상승인가. 우리는 집을 살기 위해 사는가 아니면 팔기 위해 사는가. ‘비바리움’이 전시하는 집의 스펙터클은 초현실주의 회화 같으면서도 극도로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

김형석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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