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6 (일)

주택 공급, 민간도 참여해야 한다[동아 시론/김덕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늘어나는 새 수요에는 새 공급 필요… 8·4대책 성공 시 내집마련 기회 확대

정부-서울시 정책 엇박자 해결하고 공공뿐 아니라 민간 역량도 활용해야

동아일보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집값 문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투기 수요와 다주택자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고 판단한 정부는 그동안 강력한 수요 관리 정책을 추진해 왔다. 주택가격에 따라 대출을 촘촘하게 규제하고, 주택 보유와 거래에 따른 세금을 대폭 강화했지만 집값 상승 흐름은 여전하다. 오히려 일부 지역 집값 상승폭이 더 확대되고 30대의 아파트 매수 비중도 급증하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30대의 매수 비중이 서울 전체는 31.1%, 강남4구는 22.6%에 이른다.

시장에서 재화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주택도 다르지 않다. 10년 전 금융위기 직후였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주택 구매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던 당시 20대가 지금 30대가 되면서 집 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강력한 수요 관리 정책을 계속 추진해 왔지만, 주택시장의 새로운 수요는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던 셈이다.

새로운 수요에는 새로운 공급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8·4주택공급대책의 성공은 향후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서울권역 중심으로 신규 주택 공급량을 늘리고 2023년 이후에도 주택을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한 모든 정책 수단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택 공급 정책 방향에 대한 재설정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는 내 집 마련 기회의 지속성 보장, 미래 세대를 위한 그린벨트 보전, 다양한 주택 공급 유형 마련이라는 3대 원칙을 제시했다. 특히 공공성이 강화된 고밀재건축을 도입하고, 정비해제구역에서도 공공 재개발을 활성화하는 등 그동안 정체되어 있던 재개발, 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을 시사했다. 이로써 서울권역을 중심으로 26만2000채 이상이 추가 공급되고, 향후 수도권 지역에는 총 127만 채가 공급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최근 10년간 수도권에 공급된 주택은 연간 약 28만 채다. 이를 고려할 때 향후 수도권에 공급될 127만 채는 적지 않은 물량이다. 1기 신도시를 추진하면서 발표했던 200만 채 주택건설계획과 비교하더라도 상당한 물량이다. 1기 신도시를 건설하고 200만 채 주택건설계획이 추진되면서 1990년대 초반 주택가격은 크게 안정되었다. 과거 경험으로 8·4주택공급대책이 성공한다면 불안에 떨고 있는 30, 40대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제공하면서 최근 비정상적인 주택가격 불안 문제도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성공까지 남은 과제도 많다. 우선 대책 발표 후에 다른 입장을 내고 있는 지자체와의 조율이 급하다. 집값 문제의 중심에 있는 서울시가 다른 목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서울 집값 상승의 일차적 책임은 서울시에 있다. 서울 집값 상승 문제는 그동안 누적된 서울시 주택 정책의 결과다. 그간의 시정을 되돌아보고 현안이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공공이 모두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우리나라 주택 공급 구조상 전체 물량의 80% 이상을 민간이 공급해 왔다. 민간의 공급 능력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계획한 주택 공급을 하기 어렵다. 특히 이해관계가 복잡한 정비사업을 모두 공공이 주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공급 능력을 감안하더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필요한 곳은 공공이 참여하더라도 민간을 적극 활용하고 참여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급 대책은 경기 변동에 관계없이 꾸준히 추진되어야 한다. 지금 인허가나 분양을 준비하는 물량은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이후의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안정적인 주택시장 관리를 위해 꾸준히 적정량의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이유다. 경기가 좋지 않아 집값이 떨어진다고 주택 공급을 줄이거나 포기하면 그 후유증은 몇 년이 지난 후에 나타난다.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에서는 주민이 원한다는 이유로 수많은 정비구역과 택지개발지구를 해제해 버렸다. 그때 해제하지 않고 지금에 이르렀다면 주택시장 집값 문제는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도시 내 기반시설이 잘 구비된 1기 신도시를 적극 활용해야 하며, 유휴 부지를 찾는 과정에서 도시가 갖추어야 할 기능을 과도하게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되려면 도시에 집만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