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2 (일)

시작되는 이동재 '강요미수죄' 재판…관전포인트 '셋'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임찬영 기자] [theL] 국정농단 사건서 강요죄 인정 범위 축소…'정치공작' 의혹에 '이철 , 피해자 맞나' 의구심 짙어져

머니투데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추적할 단서를 달라며 취재원을 압박한 혐의를 받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재판에서 검찰이 유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이 최서원씨(옛 이름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에서 강요죄 요건을 엄격하게 세운 데다, 이 전 기자 관련 보도가 사전에 기획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함정 빠진 사람이 수사 운운한다고 해서 협박 되겠나"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지난 5일 이 전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 전 기자의 동료인 백모 채널A 기자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 전 기자가 편지와 '제보자X'를 통해 구치소에 수감된 이철 전 VIK 대표에게 '본인과 가족들이 강도 높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협박이라고 검찰은 판단했다.

이에 맞서 이 전 기자 측은 협박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이 전 기자 측 주장을 이해하려면 강요죄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이번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두루 살펴봐야 한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요죄에서 말하는 협박에 대해 "객관적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원하는 것을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것만으로는 협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판결에 따르면 원하는 것을 내놓지 않을 경우 어떤 불이익을 가하겠다고 구체적으로 고지해야 협박이 성립한다. 그 불이익은 상대방의 의사결정을 방해할 정도로 실질적인 겁박이어야 한다.

이 전 기자 측은 이 전 대표가 위협을 느낄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함정'을 판 사람이고 이 전 기자는 그 함정에 빠진 사람인데, 함정에 빠진 사람이 '수사 위험'을 운운한다고 해서 함정을 판 사람이 위협을 느끼겠느냐는 것이다.


"'한동훈 내쫓을 보도 나간다' 전화 왔었다" 커지는 '정치공작' 의혹

함정 이야기가 나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제보자X는 MBC가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장소에 이 전 기자를 불러내 그의 언행을 녹화했고, MBC는 이를 토대로 '검언유착' 기사를 내보냈다. 지씨는 이 전 기자와 접촉할 무렵 SNS에 여권 유력 인사들의 사진을 올려놓고 "이제 작전에 들어간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 권경애 변호사의 SNS 게시글이 5일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함정 보도 아니었느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권 변호사는 MBC 기사가 나간 당일 정부 유력 인사로부터 '한동훈 검사장을 내쫓아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통화 후 MBC 보도를 확인했다는 권 변호사는 "보도에 한 검사장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는데도 (통화에서) 그의 이름이 언급돼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고 했다. 이 전 기자를 넘어 한 검사장까지 노린 함정이 아니었느냐는 의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종합하면, 자신과 한 검사장을 엮기 위한 함정 취재였다는 이 전 기자 측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강요미수죄가 성립될 가능성은 낮다. 이 전 기자의 말을 실질적은 겁박으로 받아들였다는 이 전 대표 측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 전 기자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유죄 판결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 전 기자의 재판은 MBC와 제보자 X에 대한 수사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위법수집 증거 논란 자료, 검찰 "증거가치 없다"지만…과연?

이외에 이 전 기자의 핸드폰·노트북 압수수색 과정과 보석 석방, 동료 기자 백씨의 입장 등도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기자는 채널A에서 해고당하기 전 회사 측에 핸드폰과 노트북을 제출했고, 채널A 간부는 이를 검찰에 넘겼다. 이 전 기자는 검찰이 물건 주인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증거물을 가져갔다며 법원에 압수수색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 판단대로라면 검찰이 이 전 기자의 핸드폰·노트북에서 확보한 자료들은 위법수집 증거가 된다. 위법수집 증거는 법정증거로 쓸 수 없다. 핸드폰·노트북 자료 외 다른 유죄의 증거가 없다면 유죄 입증이 어려운 상황이 된다. 검찰은 기기들이 포맷돼 있었기 때문에 증거가치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 전 기자가 보석을 청구할지도 관심사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증거인멸·도주우려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의 보석 청구는 받아주는 것이 원칙이다. 보석을 청구한다면 검찰에서는 여전히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이 전 기자 측에서는 검찰이 구속수사를 하면서 광범위한 증거를 수집해갔으므로 인멸할 증거는 남아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씨는 이 전 기자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것으로 보이는데, 강요미수 혐의는 물론 공동정범 관계도 부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동정범 관계가 성립하려면 공동가공의 의사와 기능적 행위지배라는 두 가지 요건이 만족돼야 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범죄 실행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 관계였고, 각자 위치에서 범죄 역할을 실행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백씨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대화 녹취록을 봐도 백씨 발언은 "(이 전 대표의) 가족들을 찾으려 하고 있다"며 한두 마디 거든 것 외에 특별한 게 없다. 다른 증거가 없다면 공동정범 관계라는 검찰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