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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ILO 협약' EU와 막판 협상…주목받는 '특고'의 노조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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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패널, 대면심리 앞두고 일정 조율 중

국회의 ILO 핵심협약 비준·관련 법 개정 논의가 큰 영향 줄 듯

대표적 사례가 정부 법 개정안에선 빠진 특고의 노조할 권리

정부, 특고 노조 설립 신고 서둘러야…국회도 관련 법 추가 개정 논의할 필요 있어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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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국제노동기구) 전경(사진=김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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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노력을 확인하는 전문가 패널의 심리과정이 마지막 단계로 향하는 가운데, 특수고용노동자(이하 특고)의 노조할 권리가 새삼 주목된다.

◇韓 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평가하는 전문가 패널, 대면심리 일정 조율 중

고용노동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을 확인하는 '전문가패널'은 올해 초 서면 심리를 마치고, 대면 심리를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 패널'은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13장)' 이행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FTA상 분쟁해결 절차에 따라 소집된 기구다.

EU는 한국 정부가 ILO 핵심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기로 한 FTA 규정을 어겼다고 주장해 2018년 12월 FTA 분쟁 해결절차를 개시한 데 이어 지난해 7월 대응 수위를 높여 전문가 패널을 소집했다.

전문가 패널은 애초 지난 4월 스위스에서 대면 구두 심리를 진행한 뒤 의견서와 심리 결과를 토대로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가 전세계에 확산되면서 일정이 연기됐다.

게다가 지난 4월 초에는 애초 선정됐던 패널 의장인 미국인 토머스 피넌스키 변호사가 숨을 거둬 후임자를 새로 선정해야 했다.

한 노동부 관계자는 "애초 8~9월 중으로 대면 심리를 시도할 목표였지만, 일정이 조율되지 않아 계속 협의 중"이라며 "코로나19로 이동제한이 내려진데다 휴가기간이 겹쳐 협의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맞물려 주목할 지점은 국회 일정이다. 정부는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던 ILO 핵심협약 비준안과 관련 법 개정안을 지난 달 21대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

다음 달 1일부터 정기국회가 열리고 국정감사와 인사청문회 등 일정을 마치면 담당 상임위원회에서 주요 과제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로서는 전문가 패널이 보고서를 채택하기 전에 국회가 ILO 핵심협약 비준안을 통과시킨다면 EU와의 분쟁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지난해 전문가 패널이 꾸려질 때만 해도 이들의 활동기간 안에 핵심협약 비준과 법 개정이 이뤄지기 쉽지 않아 보였고, 지난 1월 UN이 한국 정부에 "비준을 위한 일정(timeframe)에 관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변수로 전문가 패널 일정이 늦춰진 사이에 핵심협약 비준과 법 개정 작업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다만 전문가 패널들이 관련 법 개정 내용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하거나, 국회의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제출안 개정안보다 노동권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결과물이 만들어진다면 오히려 분쟁 해결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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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깃발 (사진=유럽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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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에 빠진 특고 노동3권…정부·국회 전향적 태도 보여야

대표적 사례가 특고의 노조할 권리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당시 특고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고, 지난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노조법상 노동자의 정의를 넓혀 특고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비해 내놓은 노동조합법 개정안에는 해고자·실업자의 노조가입은 허용하면서도 특고의 노조할 권리는 빠져있다.

그동안 ILO가 꾸준히 한국 정부에게 특고의 노동권을 전향적으로 확대하라고 권고해왔다. EU 역시 우리 노조법 2조 1항의 '근로자' 정의가 지나치게 좁고,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2조 4항 라목을 지적하며 특고를 결사의 자유 영역에서 배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 패널도 한국 정부가 특고의 노조할 권리를 법 개정안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정부는 노사 간의 의견 대립이 첨예한 사안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정 합의에도 실패했던만큼, 공익위원안을 토대로 법 개정안을 내놓았기 때문에 특고의 노조할 권리를 개정안에 따로 넣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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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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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당장 실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해법도 있다. 정부가 특고의 노조할 권리를 정책활동을 통해 보장하고 있다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ILO 핵심협약의 정신을 실질적으로 지켰다고 주장할 근거가 생긴다.

실제로 노동부는 지난 달 17일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의 설립을 신청한 지 428일 만에 설립 필증을 교부했다. 지난해 6월 방과후강사 노조가, 9월 보험설계사 노조가, 지난달에는 배달노동자들이 모인 라이더유니온이 설립 신고를 한 채 노동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와 달리 사법부에서는 특고를 노조할 권리를 가진 노동자로 인정한 지 오래됐다. 2018년 대법원이 학습지 교사, 방송 연기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면서 사업자가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에 있고, 노동 3권이 보장되야 한다면 노동자로 봐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11월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이 대리운전기사를 노동자로 인정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을 노조로 인정했다.

이처럼 사법부를 통해 이미 특고가 노동자로 사실상 인정된만큼 다른 특고 노조에 대해서도 정부가 서둘러 신고증을 내놓는다면 이들의 노조할 권리를 정부가 보장하고 있다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특고 노조가 설립돼도 이들의 노무를 제공받는 사업주·원청과 단체교섭을 하기 어려운 현실 등을 감안하면 국회에서 특고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노조할 권리를 법으로 확실히 보장하도록 노조법을 추가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 류미경 국제국장은 "ILO 핵심협약 비준 전이라도 결사의 자유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ILO 회원국이자 한-EU FTA 당사국으로서 의무"라며 "전문가 패널이 FTA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ILO 협약비준과 노조법2조 개정이 쌍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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