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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사모펀드 못파는 은행들…"방카슈랑스 규제 풀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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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네 차례 금융당국에 관련 ‘규제 폐지’ 요구

사모펀드 등 판매 줄며 비이자수익 확보 차원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도대체 팔 상품이 없습니다.”

‘방카슈랑스 25%룰’를 폐지해달라는 은행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방캬슈랑스 25%룰은 은행점포에서 파는 보험상품의 경우 같은 보험사 상품이 전체 실적의 25%를 넘지 못하도록 한 규제다. 몰아주기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지난 2005년 도입됐다.

하지만 최근 파생결합펀드(DLF) 및 라임 사태 등으로 고위험·금리 금융투자상품 판매가 위축되고 저금리 지속으로 예대마진도 줄어들면서 은행 창구에서 팔만한 상품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들은 보험상품이라도 자유롭게 팔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銀 “‘방카 25%룰’ 소비자 선택권 침해”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금융당국에 올해 네 차례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를 건의했다. 방카슈랑스 규제가 오히려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에 △방카슈랑스 25%룰 폐지를 비롯해 △은행지점별 보험판매인 2명 제한 완화 △방카슈랑스 판매 상품에 종신보험과 자동차보험 추가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은행들은 이번만큼은 방카슈랑스 25%룰을 없애야 한다고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25%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 있어도 판매 비중에 맞으면 판매가 안 된다”면서 “펀드 등 다른 상품에는 없는 규제가 왜 보험상품 판매에만 있는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 직원이 한 지점당 2명씩만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것도 시대착오적인 발상 아니냐”면서 “만약 해당 직원이 휴가를 가거나 인사 등으로 결원이 되면 판매를 하지 못하는 사태도 발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모펀드 사태 후 비이자 수익 급감

은행들의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 요청은 15년째 이어지고 있는 해묵은 사안이다. 하지만 최근 비이자 수익에 큰 비중을 차지하던 사모펀드가 사실상 판매 중단이 되면서 은행 업계 내 분위기가 달라졌다. 수익확보가 시급한 영업부서를 중심으로 보험판매를 확대할 수 있도록 ‘방카규제 완화’를 강하게 요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펀드 판매가 감소하면서 시중은행의 비이자부분의 수수료 수익이 크게 줄었다. 주요 4대 시중은행(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의 올해 상반기 수수료수익은 1조88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감소했다. 수수료수익은 펀드·방카슈랑스·외환·신탁·전자금융 상품을 모두 합친 수치다.

펀드 상품 대안으로 저축성 보험을 판매하고 있으나, 각종 규제에 막혀 적극적으로 판매하지 못한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은행은 은행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면 통상 보험료의 10% 수준을 수수료로 챙길 수 있다.

최근 금융그룹들이 보험사를 연달아 인수한 것도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 목소리가 커진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2018년 오렌지라이프를, KB금융그룹은 올해 4월 푸르덴셜생명을, 하나금융그룹은 올해 초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한 바 있다. 만약 은행들 요구대로 25%룰이 폐지되면 금융그룹은 계열 보험사 상품을 비중 제한 없이 판매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보험사 매출 순위도 뒤바뀔 수 있다.

보험사 “규제 풀면 몰아주기 등 부작용 발생”

보험사들은 은행들의 요구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은행들이 판매하는 상품이 은행 건전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규제 완화로 인한 불완전판매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심 보험판매의 주도권을 은행이 가져갈 수 있다는 점도 걱정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그룹 입장에서는 보험판매 확대를 원하겠지만, 이렇게 되면 판매 주도권이 은행으로 기울게 되고 오히려 소비자들이 다양한 보험상품을 만날 기회가 줄어들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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